[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장기 집권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2호 상장인프라펀드 KB발해인프라펀드가 등장한 탓입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고 상장 초반부터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배당수익률은 더 높아 장기간 맥쿼리인프라가 독점했던 배당 투자 영역에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5개 인프라자산 30년씩 운영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사흘째를 맞은 이날 KB발해인프라는 0.99% 오른 813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여전히 공모가 8400원을 회복하진 못한 상태이지만 상장 첫날 장중 7600원까지 하락했던 충격에선 벗어난 모습입니다.
KB발해인프라는 국내 증시에 두 번째로 상장한 인프라펀드입니다. 공식 명칭은 KB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입니다. 도로, 터널, 교량, 항만, 에너지·통신시설 등과 같은 인프라자산에 주식지분(자본금)으로 ‘투자’해 배당을 취하거나 ‘융자’(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는 사업을 영위합니다.
KB발해인프라의 경우 현재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신대구고속도로) △수석-호평간 고속도로 △수원외곽순환도로(수원북부순환로) 등 3개의 민자도로와 △용마터널 △산성터널 등 2개 터널에 자금을 투입한 상태입니다.<표 참조>
KB발해인프라는 이 자산을 모두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BTO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도로, 항만 등 인프라 시설을 직접 건설해서 정부에 소유권을 넘겨주되, 일정 기간 시설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을 갖는 사업방식입니다.
KB발해인프라의 경우 수원북부순환로를 제외한 자산들은 모두 30년 운용으로 설정했습니다. 가장 먼저 투자한 신대구고속도로의 운영기간은 2006~2036년이고, 2020년에 편입한 수원북부순환로는 2080년까지 60년간 운영합니다. 해당 기간이 종료하면 자산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반환해야 해 그동안 운용수익으로 투자재원을 회수하고 그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합니다.
전체 보유 자산의 운영기간이 끝나면 펀드는 청산되겠지만, 맥쿼리인프라의 선례에서 보듯이 운용기간 중에 추가 자산을 편입해 펀드의 생명을 연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표=뉴스토마토)
투자비중 큰 신대구도로 MRG 보장 턱걸이
KB발해인프라의 보유자산은 5개입니다. 투자비중은 신대구고속도로가 1조9511억원으로 71.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각 2000억원이 안 되는 나머지 자산들에 비해 월등히 큰 비중입니다.
당연히 신대구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수입이 KB발해인프라의 사업에 큰 영향을 줍니다. 다만 투자엔 쏠림이 있어도 자산의 72.8%가 대출채권이고 나머지가 지분투자여서 매출 수입은 상당히 안정적인 편입니다.
한 가지 걱정은, 이 신대구고속도로의 주 수입원인 차량 통행료가 사업을 설계할 당시에 예상했던 것보다 적다는 사실입니다. 다행히 5개 자산 중 이곳에만 최저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MRG가 설정돼 있는데요.
MRG 제도는 인프라 사업자의 통행료 등 수입이 사업을 설계할 당시 예상한 최소수입 기준에 미달할 경우 그 부족분을 정부나 지자체가 보장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맥쿼리인프라가 초기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MRG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세금으로 민자사업자를 먹여 살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2009년에 MRG 제도는 폐기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MRG가 적용된 자산은 약속한 날짜까지 보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대구고속도로의 경우 2006년 2월부터 시작돼 다행히 MRG로 보장이 가능합니다. 현재 최소수입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라 MRG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로부터 통행료 수익 차액을 분기마다 보전받고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반영돼 물가인상분도 보전됩니다.
문제는 MRG도 영원할 수는 없어서 신대구고속도로의 운영 종료일보다 이른 2026년 2월에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MRG의 보호 아래 있을 남은 1년여 기간 안에 통행량이 최초 예측치만큼 증가하지 못하면 신대구고속도로의 마지막 운영기간 10년 동안은 통행료 수입 감소의 타격을 각오해야 합니다.
공모가 깨졌지만 8% 배당 매력적
KB발해인프라는 공모가 8400원으로 상장했습니다. 기관 수요예측부터 경쟁률이 낮아 조짐이 나빴는데 결국 공모 청약에서 미달을 기록했습니다.
KB발해인프라의 흥행 실패나 상장 직후 공모가도 지키지 못하고 하락한 것을 MRG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이후 리츠(REITs), 부동산펀드 등 금리 기반 자산들이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약세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인프라펀드의 대명사 맥쿼리인프라 또한 하반기 내내 고전 중입니다. 그나마 인프라펀드는 차입비율이 자본금의 30%로 제한돼, 60% 이상 대출을 일으켜 자산을 편입하는 리츠에 비하면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한 편입니다.
KB발해인프라는 시작부터 소외돼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이지만 절대적인 조건은 양호한 편입니다. 일단 펀드 운용사가 밝힌 배당금이 눈에 띕니다.
KB발해인프라는 내년부터 연간 1주당 650원씩 배당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실제 배당은 6월 말과 12월 말을 기준해 2회로 나눠서 지급합니다. 공모가 8400원에 기준할 경우 배당수익률은 7.7%, 이날 종가인 8080원 기준으론 7.99%입니다.
현재 맥쿼리인프라도 주가가 하락해 예상 배당수익률이 연 6.8%까지 높아졌지만, 그래도 KB발해인프라가 1%포인트 이상 더 높습니다.
이에 따라 맥쿼리인프라에만 관심을 보이던 투자자들도 일부는 KB발해인프라로 자금 일부를 분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맥쿼리인프라 전용 투자 계좌로 불렸던 투융자집합투자기구 전용계좌에 담을 수 있는 상품이 하나 더 늘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이 계좌는 투융자펀드로부터 지급받는 배당소득을 1억원 한도 내에서 15.4%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일반인들과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인프라펀드를 선호하는 고액 자산가들에겐 분리과세 계좌를 활용할 수 있는 종목이 늘어난 것이어서 관심을 끌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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