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그간 경기를 낙관했던 정부와 발맞춰 온 한국은행이 내년 저성장이 예상되자 15년 만에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우리 경제는 올해 1분기(1~3월) 1.3%의 '깜짝' 성장을 이뤘지만, 2분기에 -0.2%의 역성장에 이어 3분기도 0.1% 성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은은 장기간 가계부채 급증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늦춰 왔는데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서야 금리를 내리는 꼴이 되면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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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흐름"…대통령도 정부도 '자화자찬'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건설투자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라며 "내수가 미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KDI의 '내수 부진' 평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데요. 반면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우리 경제가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엇갈린 진단을 해왔습니다.
KDI는 '경제동향 11월호'에서도 "최근 우리 경제는 양호한 수출 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나,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돼 내수 회복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수출의 높은 증가세가 기저효과 등으로 조정되는 가운데 건설업이 위축되면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지난 10월 기획재정부는 '그린북 10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발표된 경제동향에서도 6개월간 '완만한 내수 회복'이란 표현을 쓰면서 경제 낙관론을 펼쳤는데요.
엇갈린 해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4일 국회 시정 연설문에서 "경제는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민생의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는데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월 28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생각하지만 경기 회복세는 유지하고 있다"며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근거 없는 낙관론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근거 없는 낙관론에 대해 '경제 살리기'가 목표인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고 경제주체의 심리를 꺼트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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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돌연 2연속 '금리인하'…'부동산'까지 악영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11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종전 3.25%에서 0.25%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인데요. 한은 금통위는 10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추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정책 전환)에 나섰습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통화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시장에서 이달 금리를 동결하고 금리인하의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이런 시장의 전망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2연속 인하하면서,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은의 연속 금리 인하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우리 경제상황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1%로 예상치인 0.5%를 크게 밑돌았는데요.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반도체와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력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특히 올해 성장률이 전망보다 크게 밑돌았는데요. 지난 8월 한은은 가계부채가 크게 느는 것이 우려된다며 금리를 동결하고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금리 인하로 금융부실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내수 경기 부양에는 충분하지 않은 정도고, 금리 인하 타이밍이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내년 초 금리 인하를 추가적으로 단행할 경우 환율과 물가에 부담이 될 수 있고, 부동산값까지 상승하는 등의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밝혔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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