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사장단 인사…2인 체제 유지, '안정'에 무게
전자·엔솔·화학·디스플레이 CEO 그대로 유임
사업 연속성 및 전문성 고려... 안정적 리더십 필요
조주완·정철동 부회장 명단 못올렸으나, 꾸준히 후보군 거론
2024-11-21 17:27:12 2024-11-22 00:35:5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LG그룹의 이번 연말 인사는 '안정 속 혁신'에 무게를 뒀습니다. 권봉석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유임됐습니다.
 
재계에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을 감안해 소폭 인사에 그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와 '미래 준비'라는 기조를 유지하되, 분야별 사업 경험과 전문성, 실행력을 갖춘 실전형 인재를 발탁하는 데 중점을 둔 게 눈에 띕니다. 이에 따라 취임 6년 차에 접어든 '구광모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구 회장이 지향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21일 LG그룹과 계열사들은 2025년 조직개편(12월1일자)과 임원인사(2025년1월1일자)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LG가 부회장 2인 체제를 유지할지, 유력 부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지 여부였습니다. 다만 이번 인사 기조는 변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입니다. LG는 지주사인 LG그룹 권봉석 대표이사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두 명을 부회장에 유임시키며 2인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LG그룹은 그간 부회장단 규모를 줄여왔습니다. 구 회장 취임 당시 6인 체제였던 부회장단은 지난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며 지금의 2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쌍두마차 체제를 이어가며 큰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LG는 이번 인사를 통해 구광모식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미래 준비'라는 기조를 분명히 했습니다. 2인 부회장 가운데 권 부회장은 계열사들을 조율하면서 구 회장의 ABC(인공지능 AI, 바이오 Bio, 클린테크 Clean tech)사업의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신 부회장은 3M 미국 본사 부회장을 지낸 미국통으로 꼽히는 만큼, 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앞두고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큽니다. 신 부회장의 경우 6년전 구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입니다.
 
유력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부회장단 승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재계에선 두 사람의 경영 성과를 높이 사며 차기 부회장단 후보로 꾸준히 거론하고 있습니다. 
 
조 사장은 가전 구독 사업과 기업간 거래(B2B) 신사업, 고부가 제품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LG전자는 조 대표 취임 첫 해 2022년 사상 첫 연매출 80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까지 3년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할 전망입니다. 다만 조 사장이 3년 전인 2021년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부회장으로 승진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재계 안팎에선 해석하고 있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조 사장의 경우 올해가 아니어도 1~2년 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점쳐진다"며 "조 사장은 권 부회장이 LG전자 CEO를 하고 현재 ㈜LG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과 같은 전형적인 엘리트 승진 코스를 밟아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어 "권 부회장과도 나이 차이가 한 살 밖에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올해 내지 내년 중에는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정 사장의 경우 그룹 내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꼽힙니다. 정 사장은 LG이노텍에 이어 지난해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경영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번에 LG디스플레이의 적자 폭을 개선한 점이 성과로 꼽혔으나, 부회장 승진이 현실화되진 못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LG사옥.(사진=연합뉴스)
 
사업 전문성, 실무진 변화 주력 '안정 속 변화'
 
이번 인사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사업의 전문성과 1위 달성에 필요한 준비를 위해 해당 산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전문 역량을 갖춘 경영자를 유임시켜 변화의 드라이브를 가속한 것입니다. 
 
재계에선 구 회장이 형식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부회장단 규모를 늘리지 않은 것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 트럼프 2.0시대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감안하면 대규모 인적 개편보다는 소폭 인사를 통해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LG그룹은 이번 CEO 인사는 안정적인 소폭 인사를 단행했으나, 부사장급 이하 실무진 리더 그룹에선 변화와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습니다. 
 
계열사별로 보면, LG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은 전사 중·장기 전략 '2030 미래비전' 가속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본부를 대대적으로 재편한 것이 특징입니다. H&A(생활가전)·HE(홈 엔터테인먼트)·VS(차량 부품 사업)·BS(B2B 사업부) 등 기존 4개 사업본부를 △HS(홈어플라이언스 솔루션) △MS(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솔루션) △VS(차량 솔루션) △ES(에코 솔루션)사업본부로 역할과 명칭을 재편했습니다. 
 
H&A사업본부는 ‘가사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라는 지향점에 맞춰 HS사업본부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기존 BS사업본부 산하 로봇사업을 이관 받아 로봇청소기, 이동형 AI홈 허브 등 홈 영역 로봇 역량과 시너지를 낼 예정입니다. 기존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이 이어서 HS사업본부장을 맡습니다.
 
HE사업본부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이라는 지향점에 맞춰 MS사업본부로 명칭을 변경합니다. 기존 BS사업본부에서 IT(노트북·모니터 등) 및 ID(사이니지 등)사업부를 이관 받아 TV 사업과 통합 운영하며 하드웨어 및 플랫폼에 시너지를 낼 계획입니다. HE사업본부장이었던 박형세 사장이 MS사업본부장을 맡습니다.
 
MS사업본부는 스마트 TV 중심이던 webOS 적용 제품을 모니터, 사이니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더욱 빠르게 확대하며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갑니다.
 
VS사업본부는 차량용 부품 공급업체를 넘어 차량 전반에 걸친 혁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역할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명칭을 Vehicle component Solutions(차량용 부품 솔루션)사업본부에서 Vehicle Solution(차량용 솔루션)사업본부로 변경합니다. 사업본부장은 은석현 부사장이 이어서 맡습니다.
 
신설 ES사업본부는 전사 B2B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HVAC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별도 사업본부 체제로 꾸린 조직입니다. 신임 ES사업 본부장은 HVAC 사업과 전략의 연속성 차원에서 기존 에어솔루션사업부장 이재성 부사장이 맡습니다.
 
임원 인사에서는 사장 1명, 부사장 4명, 전무 8명, 상무 29명 등 총 42명(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1명 포함)이 승진했습니다.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LG이노텍은 모바일 카메라 모듈 신제품의 적기 공급을 주도해 글로벌 카메라 모듈 사업 1등 입지를 확고히 하고, AI 기반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광학솔루션 제조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고대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상무 5명 등 총 6명을 승진 및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습니다.
 
LG이노텍은 이번 인사에 대해 "핵심사업 성공 경험, 미래 혁신 주도 역량 및 글로벌 감각 등을 두루 갖춘 인재 발탁을 통해,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한웅재 법무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포함해 전무 승진 2명, 상무 신규 선임 10명, 수석연구위원(상무) 신규 선임 1명 등 14명이 승진했습니다. 작년 24명(부사장 1명, 전무 4명, 상무급 19명)과 비교해 대폭 축소된 규모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근본적 경쟁력 우위 확보와 미래 준비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 제품·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 미래 기술 및 사업 모델 혁신 관점의 조직 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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