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의 공판이 여섯 차례나 진행될 때까지도 검찰은 혐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공소장에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등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들을 적시, 재판부 명령으로 공소장까지 변경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공판 준비기일부터 한 발짝도 안 나갔다”며 "공소사실 불특정으로 공소기각 판결해야 하나…"라고까지 했습니다. 공소기각 가능성이 높아진 셈입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처=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19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등에 대한 6차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이날 공판 목적은 검찰의 공소사실 특정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공소사실이 문제가 됐습니다. 검찰은 김씨와 신씨 등이 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도와 윤석열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라는 허위 프레임을 만들고, 뉴스타파 등을 통해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박영수 전 특검의 청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공소장은 무려 70여쪽에 달합니다. 하지만 허위사실이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을 50여쪽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허위사실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사실을 특정하라며 이날 서증조사기일을 진행했습니다.
검찰 주장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김씨와 신씨가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말한 2021년 9월15일 녹취록과 기사 등을 제시하며 공소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차례 “공소사실과 맞아떨어지는지 의문”이거나 “검찰은 보여주고 싶은 게 따로 있는 거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혐의의 핵심인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선 “(대장동 대출브로커 역할을 한) 조우형씨에 대한 혐의를 포착하지 않았고, 수사를 진행한 사실이 없어 봐주기 수사는 없었다”고 일축했습니다.
반면 김씨와 신씨에 대해선 의도를 추정하고, ‘커피 논란’을 재점화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검찰은 “녹취록 음질을 개선하니 피고인들이 인터뷰를 기획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나왔다”며 “김씨가 말하는 도중 신씨가 ‘검찰 출입할 때’라고 속삭이며 멘트를 코칭했다. 왜 갑자기 속삭이듯 말했는지 합리적 설명이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조씨 참고인 조사 당시 커피를 타준 건 다른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인데, 뉴스타파는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가 타준 것처럼 허위보도를 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급기야 공소기각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불특정으로 공소기각 판결해야 하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처음 준비기일부터 (공소사실에) 필요 없는 부분 빼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공소장이) 70쪽에서 50쪽으로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필요 없는 부분이) 남았다. 처음 공소장을 검토하던 상황에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나 생각해 보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피고인도 반발했습니다. 신씨 변호인은 “수사 무마 의혹을 여섯 글자로 줄이면 ‘왜 불입건했냐’다”라며 “검찰이 ‘입건된 적도 없다’,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하면 허위사실 특정 안 된다. 허위사실 특정하려면 충실한 수사를 통해 수사대상에서 빠졌다는 자료가 제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 변호인도 “뉴스타파 보도에서도 조씨에게 커피 타 준 사람은 박 모 검사라고 5차례 나온다”며 “더 이상 커피 관련 논쟁은 이 법정에선 그만하자”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매주 진행하던 재판을 3주가량 미뤘습니다. 공소장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피겠다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다음달 10일 열리는 7차 공판기일에서 예정됐던 검찰의 증인신문 대신 피고인 측 의견을 받아들여 김씨와 신씨의 녹취록 전체를 법정에서 듣겠다고 밝혔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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