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중국·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입니다. 특히 가파른 경제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금융서비스 환경은 국내 금융사로 하여금 '기회의 땅'으로 여기기에 충분했습니다. 현지 진출한 국내 금융사만 40개사에 달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인·허가 지연과 금융사 난립으로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찾아 고군분투 중인 국내 금융사를 응원하고 생존전략을 함께 진단한 내용을 1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베트남 하노이=이종용·윤민영·이효진 기자)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7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을 밟았습니다. 지난해 경제수도라 불리는 호치민을 찾은 지 1년 만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40곳은 금융 서비스 노하우를 무기로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대부분 호치민과 이곳 하노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 내부에서는 우리은행, 효성 등 익숙한 한국 기업 간판을 볼 수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노이 최고층 건물에 입점
공항에서 남쪽 방향으로 30㎞를 이동해 취재팀 숙소가 위치한 '롯데센터 하노이'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이 빌딩은 하노이에서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65층 규모의 마천루입니다. 백화점과 마트, 호텔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우리나라 롯데호텔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취재팀이 하노이에서 자주 찾게 된 건물은 '경남 랜드마크타워 72' 빌딩입니다.
'경남 랜드마크타워 72'(사진 가운데 높은 빌딩)는 베트남 하노이 최고층 건물이다. 이 건물 내에는 국내 은행의 지점과 법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 하노이의 최고층 빌딩인 '경남 랜드마크타워 72'에는 국내 은행 법인과 지점이 모여있다. 건물 외벽에 국내 은행들의 간판이 촘촘히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주재원들 사이에서 '경남빌딩'으로 불리는 이 빌딩의 외벽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들 간판이 촘촘히 붙어 있습니다. 1층 로비에는 신한·우리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놓여 있고, 그 옆으로 베트남우리은행 하노이지점과 신한은행 하노이 지점이 있습니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베트남 당국의 법인 전환 인가를 수년째 기다리고 있는 은행권의 고충과 지점 형태의 영업 한계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었습니다.
베트남 진출 첨병 역할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하노이에서 서쪽방향으로 1시간 거리에 떨어진 '호아락 하이테크 공단'도 찾았습니다. 이 공단에는 한국 중소기업인 디티앤씨의 베트남법인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디티앤씨 비나(Dt&C VINA)는 지난 2017년 베트남 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아 연구소를 설립한 베트남 정부지정 기관입니다.
하노이 고급주택단지에 위치한 베트남우리은행 스타레이크 지점에서 현지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디티앤씨 비나는 베트남에서 수출입, 유통되는 모든 국가의 기업 전자제품과 기기에 대한 전자파적합(EMC), 전기안전, 자동차 및 오토바이 부품 EMC 시험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소·중견기업이 베트남 진출에 성공하기 위한 노하우뿐만 아니라 금융지원의 필요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한인상공인 협력단체인 코참(KOCHAM) 관계자도 만났습니다. 코참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00여개를 회원사로 둔 코참 산하의 금융협의회는 우리 금융사 간 침목도모를 비롯해 규제 완화 관련 건의사항을 당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노이에는 금융감독원 사무소도 설치돼 있는데요. 금융시장 동향을 파악하면서 우리나라 금융사가 갖는 애로사항을 듣고 있습니다.
베트남 진출 성공 사례로 꼽히는 '디티앤씨 비나'는 베트남에서 유통되는 전자제품과 기기에 대한 전자파적합 등 안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 공단'에 위치한 디티앤씨 비나 건물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은행 계좌 보급률 50% 불과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들 중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고 현재 많은 금융사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 경쟁압력 증가 등으로 인해 향후 신규 진출뿐 아니라 이미 진출한 회사들의 생존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베트남이 '블루오션'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일례로 베트남에서 은행 계좌를 보유한 국민은 50%에 불과합니다.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는 80%에 달하지만, 농촌 등 지역 사회는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현지 유명 커피점조차 결제 단말기조차 없었고, 현금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한 상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노이 호안끼엠 인근의 약국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지상사 영업서 벗어나야
반대로 얘기하면 새로 계좌를 열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잠재 고객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금융사들도 이 지점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은행들은 대다수 '지점' 형태로 한국계 지상사를 상대로 기업금융을 펼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법인 전환을 해야 현지 리테일 영업을 꾀할 수 있지만 인허가가 나는 데 5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특히 베트남은 동남아 다른 국가와 달리 사회주의 시스템입니다. 수십년간 여러 번의 금융개혁을 단행하면서 외국계 기업 유치를 노력하고 있지만, 외국 자본에 대한 견제가 강하고 정부 통제력이 강합니다. 이곳에 주재하는 한 한국 금융인은 "베트남이라는 국가가 성장잠재력이 있으면서 금융 사용도가 저조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블루오션이 맞다"면서도 "제대로된 전략과 장기적 안목을 갖추지 않고 뛰어들면 사회주의체제 구조 하에서 정부 요구를 맞추면서 본업의 경쟁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이라고 말했습니다.
<(2)편에서 계속>
베트남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도 금융기관의 설립과 인허가, 감독과 검사 권한을 갖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에 위치한 베트남중앙은행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 하노이=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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