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대법원행…분위기 바뀐 법조계
이혼소송 3라운드…특유재산·300억 비자금 여부가 쟁점
법조계 "1심 가까운 판단 나올듯"… "계산오류 2심 치명적 실수"
파기 환송시 재산분할 조정 가능성 커…최태원, 경영 행보 부담 덜어
2024-11-11 16:06:21 2024-11-11 16:07:5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으로 가면서 항소심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안팎의 평가가 나옵니다. 2심의 경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이 만료되면서 대법원 심리 결과에 따라 2심의 재산 분할 금액이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특히 가사 사건의 경우 심리불속행 기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도, 이번 건의 경우 심리를 속행했단 점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기류가 흘러나옵니다. 
 
1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양측 이혼소송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은 지난 8일 만료됐습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은 더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제도로, 원심 결론을 그대로 확정하는 판결이 됩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이혼 소송이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해당 사건의 법률적 쟁점은 본격적으로 검토될 전망입니다. 대법원이 주로 살펴볼 쟁점은 최 회장의 SK 지분이 선친에게서 받은 '특유재산'인지 여부입니다. 상속·증여받은 특유재산일 경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은 지분은 선친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 관장 측은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가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이혼소송이 관심을 받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SK 주식 분할과 관련됐기 때문인데, 이는 선친으로부터 상속 받은 재산"이라며 "특유재산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유입이 종잣돈이 됐단 점에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해야 하니, 특유재산으로 볼지에 대한 판단이 복잡하게 되는 것"이라며 "2심이 다소 전향적 판결이었단 점에서 최 회장의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본 1심에 가까운 판단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대법원은 1·2심의 사실심과 달리 법리적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법률심에 해당한다"며 "계산 오류만 살펴보더라도 10배를 틀리게 산정한 2심의 경우 치명적인 실수라는 점에서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이 실제 SK에 유입됐는지 등도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300억이 유입됐더라도 이것이 자산 형성에 얼만큼 영향을 끼쳤는지 인과관계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자금 전달이나 방식이 정확하지 않고,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불투명한 과거 상황을 놓고 대법원이 검토를 하게 된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또 다른 이혼 사건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인 이혼 소송의 경우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고 어떻게 나눠줄지 등 사실만 중요한데, 이번 사건은 비자금 여부까지 얽혀있단 점에서 별도의 법리가 필요하다"며 "애초에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재원 자체가 불법적일 경우,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는 여론으로 확산될 공산이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에 돌입했습니다. 2022년 12월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 최 회장이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주라고 판결, 사실상 최 회장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에선 양측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보고 그중 35%인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며 재산분할 액수를 대폭 상향했습니다. 아울러 20억원의 위자료 지급도 판결, 노 관장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 현금 마련을 위해 SK주식 매각 가능성 등이 흘러나오는 등 총수 사법리스크가 그룹 전체를 흔들었고, 최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사안이 대법원으로 넘어가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확실히 덜었다"면서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할 경우 재산 분할 금액이 큰 폭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혼 소송이 최소 1~2년이 더 걸릴 것이란 점에서 총수의 개인 사법 리스크는 장기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이번 주 페루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을 잇달아 방문해 글로벌 경영 행보를 펼칠 예정입니다. 대법원이 이혼 소송 상고심 심리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총수 개인의 이혼 소송 문제가 당분간 일단락 된 것으로 보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행보로 읽힙니다.
 
최 회장은 페루에서 '202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합니다.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2025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 회장은 이번에 페르난도 자발라 '2024 APEC CEO 서밋' 의장으로부터 의사봉을 인수받고, 내년 행사 주제와 계획을 밝힐 예정입니다. 이어 22∼23일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리는 '2024 도쿄포럼' 참석차 일본을 방문합니다. 이달 중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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