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경영 체력은 악화됐는데 임원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2010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으며, 경영 실적이 저조함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59명이 늘었습니다. 아울러 1970년대생의 임원 진입은 증가한 반면, 60년대 후반 출생 임원들의 비율은 줄어들었습니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6일 '2024년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연령대 현황 분석'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습니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액(2022년) 기준이고, 각 기업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사내이사와 미등기임원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영 실적 저조에도 임원은 작년보다 59명 ↑
올해 파악된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740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파악된 7345명보다 59명(0.8%) 많아진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임원 증가세는 실적과는 반대되는 행보입니다.
2022년 대비 2023년 국내 100대 기업 매출 외형은 1417조원에서 1345조원으로 1년 새 5.1% 수준으로 매출 덩치가 작아졌습니다. 영업이익 58조원에서 30조원(48%)으로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기업의 경영 체력이 1년 새 더 나빠졌는데도 임원 자리는 도리어 늘어난 셈입니다.
연도별 100대 기업 임원 숫자는 2010년에는 6000명 수준이었습니다. 2011년 6610명, 2012년 6818명, 2013년 6831명으로 6000명대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다 2014년에 7212명으로 처음으로 100대 기업 임원 숫자가 7000명대로 진입했습니다. 이후 2015년 6928명, 2016년 6829명, 2017년 6900명, 2018년 6843명, 2019년 6932명으로 변동됐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2020년(6871명)과 2021년(6664명)에는 임원 감소세가 뚜렷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에 7000명대로 재진입했고, 작년에는 7345명대로 많아지더니 올해는 7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지난해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오히려 임원 수를 늘려 경영 반전을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수준보다는 경영 성과 등이 저조해 올 연말과 내년 초 단행될 대기업 임원 수는 다소 줄여나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특히 10년 전인 2014년 대비 2015년에 임원 수를 크게 줄였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4년 당시 100대 기업 임원 수는 7212명이었는데, 1년 후인 2015년에는 6928명으로 200개 이상 임원 자리가 축소된 바 있습니다.
100대 기업 임원 중 CEO급에 해당하는 등기임원(사내이사)은 26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사내이사 중 가장 많이 활약하고 있는 출생년도는 1965~1969년 사이 출생한 60년대 후반 세대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77명의 등기임원 중 103명(38.3%)을 차지했습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CEO급 사내이사도 1960년대 후반 출생 임원이 1960년대 초반 출생자(89명, 33.1%)보다 다수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64년생(60세)이 32명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다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1967년(22명), 1968년(20명) 순으로 20명을 넘겼습니다.
대표적인 1964년생 경영자 그룹군은 △장재훈·이동석 현대자동차 사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유석진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등이 동갑내기이면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고경영자입니다.
'10명 중 6명', 70년생 재계 이끌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출생한 사내이사는 모두 55명으로 지난해 42명보다는 10명 이상 많아졌습니다. 이 중에서도 코오롱그룹 이규호 부회장이 1984년생으로 이번 조사된 100대 기업 사내이사급 등기임원 중에서는 가장 젊었습니다.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사내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임원들 가운데 1970년~1974년 사이 태어난 7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올해 3254명(43.9%)으로 최다를 이뤘습니다. 작년 집계된 2982명(40.6%)보다 1년 새 272명이 새로 임원을 달았습니다.
올해 파악된 1975년~1979년생 임원 1189명(16.1%)까지 합칠 경우 1970년생은 60%를 차지했습니다. 100대 기업에서 10명 중 6명꼴로 1970년생이 재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지난해 집계된 1970년대생 임원 52.8%와 비교하면 1년 새 7.2%P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100대 기업 내 재계 주도권은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대다수 포진한 가운데 70년대 후반 출생자도 빠른 속도로 약진하는 모양새입니다.
반면 1965년~1969년에 태어난 1960년대 후반 출생 100대 기업 임원 비율은 2020년(46.2%)에 최고 정점을 찍다가 올해는 31.3%로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1960년생 비율은 20%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1980년 이후 출생자는 2022년 105명에서 작년에 131명으로 증가하더니 올해는 189명까지 많아졌습니다. 100대 기업에서 활약 중인 MZ세대 임원 비중도 2022년 1.5%에서 2022년 1.8%로 높아지더니 올해는 2.6%로 상승했습니다. 올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1980년 이후 전체 출생자는 200명을 상회할 전망입니다.
김혜양 대표는 "2025년 임원 인사에서는 전체적으로 임원 자리를 올해보다는 줄여나가겠지만 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역동성을 키우기 위해 젊은 임원들은 좀더 과감하게 발탁하는 사례도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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