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일 서부지구 조선인민군(북한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점검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러시아에 파병돼 훈련 중인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하는 등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북한군 파병에 대한 대응 논의에 속도를 냈습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 1명과 미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북한군이 지난 23일 쿠르스크에 도착하기 시작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한 반격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영토를 점령해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격전지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첫 번째 북한군이 약 6400㎞에 이르는 여정을 거쳐 쿠르스크에 온 이후 매일 수천명씩 도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 병력 이동에 관해 잘 아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오는 28일까지 최대 5000명의 북한군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당국자들은 북한군이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며, 어떤 역할을 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는데요.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에 파견돼 북한군을 이끄는 총책임자가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영복 부총참모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부 측근 인사로 꼽힙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과 만나거나 생포할 경우를 대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됐는데요. 메뉴얼에는 '무기 버려', '손 들어', '배고파?' 등 60가지 한국어 표현을 우크라이나어로 음차한 표기가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교도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투입되면 한국어로 된 투항 촉구 전단지를 적극적으로 살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에서 포로를 담당하는 마크비얀코 대변인은 "병사에게 파병이란모국을 벗어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며 전쟁 범죄 유무를 조사할 필요는 있겠지만, 탈북 의사가 있는 북한군을 보호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나토와 북한군 파병에 대한 대응 논의에 나섰습니다. 정부 대표단은 오는 28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에 참석해 북한군 파병 동향을 브리핑할 예정인데요. 정부는 북한군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모니터링단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미국, 일본과의 3국 공조도 강화했습니다. 한·미·일 안보실장은 25일 미국 워싱턴DC에 모여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는데요. 대통령실에 따르면, 3국 안보실장은 "러시아와 북한은 잔혹하고 불법적인 전쟁을 유럽을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확산시키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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