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효과…사상최대 실적
HBM 효과…3분기 영업이익 7조 넘어
매출 17조5731억원…반도체 슈퍼 호황기 기록 경신
HBM 매출, 전분기 대비 70% 이상 증가
2024-10-24 14:02:07 2024-10-24 16:03:5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습니다. 이는 전 분기의 5조4685억원보다 28.6% 늘어난 수치입니다. 매출은 17조573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3.8% 증가했습니다. 순이익은 5조7534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입니다.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큰 손인 엔비디아 공급망을 조기 선점해 경쟁력을 확보,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입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eSSD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 순이익 4조6922억원)의 기록을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영업이익의 경우 메모리 1위 업체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추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앞선 것은 양측 모두 흑자를 낸 분기 기준으로 올해 1분기(SK하이닉스 2조8860억원, 삼성전자 1조9100억원)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영업이익(9조1000억원)에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4조 안팎으로 추산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어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D램 및 낸드 모두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올라 당사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방 정보기술(IT) 수요 둔화 등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HBM에서 주도권을 쥐어 실적과 수익성 면에서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AI 왕좌 격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높은 수율과 칩 적층 공정 차이(MR-MUF)에 따른 높은 생산성을 토대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는 AI 중심의 고부가 수요가 증가하며 ASP가 이끄는 업사이클임이 매 분기 확인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해 공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양산은 경쟁사 대비 1개 분기 이상 빠른 상황"이라며 "시장 선점에 따른 경쟁 우위 지속이 기대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올해 들어 HBM, eSSD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뚜렷해지면서 SK하이닉스도 내년도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멀티모달(텍스트, 사진, 음성, 동영상 등 여러 복합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AI 서비스)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범용인공지능(AGI·컴퓨터로 사람과 같은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구현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I 서버용 메모리에 비해 수요 회복이 더뎠던 PC와 모바일용 제품 시장도 각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AI 메모리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수급 밸런스가 맞춰지며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습니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사진=연합뉴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로 수익성 집중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AI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에 치중하는 전략을 지속해 나갈 방침입니다.
 
D램의 경우, 기존 HBM3에서 HBM3E 8단 제품으로의 빠른 전환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양산에 들어간 HBM3E 12단 제품의 공급도 예정대로 4분기에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에 달했던 HBM 매출 비중이 4분기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낸드에서도 투자 효율성과 생산 최적화 기조에 무게를 두면서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 달성을 통해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며 "앞으로도 당사는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SK하이닉스 "HBM 수요 더 늘어날 것"
 
SK하이닉스는 이날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HBM 전망에 대해 "내년 HBM 수요는 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의 AI 투자 확대 의지가 확인되고 있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는 컴퓨팅 파워 요구량이 더 늘어나고 계산 재원이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현시점에서 AI 칩 수요 둔화 등을 얘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습니다.
 
이어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3분기 30%로 확대됐으며 4분기에는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에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중 12단 제품 비중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성장한 HBM 수요 대응과 M15X 투자 결정을 반영해 연초 계획보다 증가한 10조원 중후반대를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또 "내년 투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고객과의 공급 계양 체결로 수요가 확보된 제품에 대한 투자와, 레거시 제품을 줄이고 LPDDR5 양산 확대를 위한 전환 투자, M15X와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투자 지속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는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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