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이명신 인턴기자] 위기해법으로 컨트롤타워 부활론이 재등장했지만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처럼 실행이 어려운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부활론은 현재 비지주집단체제인 삼성에게 책임과 권한이 괴리되는 의사결정구조의 결함을 드러냅니다. 이 회장 역시 재판이 지속되는 과정에선 되레 등기이사 복귀 후 부담이 더 커집니다. 그럼에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생존을 위해 컨트롤타워 재건과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며 지배구조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어떤 선언도 맞지 않으면 폐기해야”
23일 삼성 등에 따르면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삼성은 사업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입니다.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입니다. TF가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발굴 등의 역할을 합니다. 이런 소그룹체제는 그룹 전반의 중첩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내부에선 거꾸로 그런 점에 문제제기하는 여론 자체가 적습니다. 오히려 의사결정체제가 지나치게 중앙에 집중돼 있다거나 탑다운 방식의 결정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비판과 자성도 나옵니다. “미래전략실이 있기 전과 해체된 후 의사결정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다수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도 “그룹경영에 컨트롤타워 역할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소그룹체제가 제도권 밖에 있다”거나 “일종의 편법”이란 지적도 합니다.
그래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일종의 총대를 멨습니다. 이찬희 위원장은 위원회의 2023년 연간 보고서에서 “법률과 판례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경되는 것처럼, 경영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며 “과거 삼성의 그 어떠한 선언이라도 시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전실 해체 약속 등을 지칭한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그는 “사법리스크의 두려움에서도 자신있게 벗어나야 한다”며 또 구성원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심어주도록 “경영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있을지 모를 준법경영위반의 위험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준엄한 원칙의 잣대를 가지고 감시자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준법위가 여론부담을 지겠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올드해도 위기 해소 된다면 구성원도 수긍”
실제 삼성의 위기설을 배경으로 의사결정구조의 선진화 및 지배구조 개선도 절실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삼성 내부에서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한 삼성 관계자는 “감원 등 비용감축으로 이어질 조직개편 등의 대책이 올드하게만 들린다”면서도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어떤 방식을 주문해도 실적 개선 등 결과만 좋다면 구성원도 수긍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위기 타개가 급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해법은 삼성이 포기했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대로 지주회사 이사회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삼성 주가가 신저가를 거듭 갱신하고 있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지주전환 비용을 낮춥니다. 삼성은 과거 지주전환비용이 막대해 포기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으론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라는 내부 시각이 있습니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지금 HBM(고대역폭메모리)이 뒤처진 건 과거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던 직원들의 건의를 경영진이 미룬 결과”라며 “관료화된 조직의 문제가 나타나는데 전문화되고 독립적인 방향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선임기자·이명신 인턴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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