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으로 AI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신설 그룹사 전출과 희망퇴직을 통해 인건비 감소가 예상되면서 최근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는데요. 증권사들도 연달아 목표주가를 올려 잡고 있습니다.
다만 인력구조 개편으로 하루 아침에 자회사로 전출될 상황에 놓인 직원들은 술렁이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회사에 잔류할 경우 토탈영업TF로 이동해야 하는데, 직원들 간 업무안이 회람되면서 '전출해도 문제, 잔류해도 문제'인 진퇴양난 상황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는 지난 18일 장중 4만4300원을 기록했습니다. 2거래일 후인 지난 22일에는 4만4000원 종가로 마무리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8월30일 종가 3만3050원 대비 최대 34% 오른 격입니다.
이날 조정을 받긴 했지만 주가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KB증권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대신증권, 현대차증권이 KT 목표주가를 상향했는데, 최근에는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 증권도 목표주가를 5만원으로 높였습니다.
KT 주가 흐름. (사진=네이버 화면)
시장이 움직이는 원인으로는 일단 MS와의 사업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꼽힙니다. 신은정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MS와 향후 5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KT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형 클라우드와 AI모델을 공동 개발하며 시장 확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밖에 KT의 인력구조 혁신에 따른 인건비 감소에도 시장은 주목하고 있는데요. KT 노사는 지난 17일 네트워크 전문 자회사를 신설하고, 특별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만명에 가까운 인력을 '효율화'해 인공지능(AI) 사업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타깃은 통신구, 통신주, 맨홀과 같은, 인력 의존도가 높은 통신인프라 기본 분야입니다.
노사가 재배치 목표 인원을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 업무와 고객전송·개통·AS 업무를 담당하던 인원이 4400명,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시공·유지보수를 비롯해 도서지역 마이크로웨이브, 선박무선통신 운용·유지보수 담당 인원이 420명입니다. 본사 고객상담 관리 인력 170명을 자회사로 보내고, 본사 상권영업 업무를 맡고 있는 760명의 업무를 폐지하는 안도 담겼습니다. 5000명에 육박하는 인력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인건비 절감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KT의 주주환원 정책이 내년까지 별도 조정순이익의 50%인 점을 감안하면 주주환원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KT는 21일부터 자회사 전출 희망자를 받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24일까지 받습니다. 희망퇴직 신청은 22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4일까지입니다.
해당 업무에 속한 직원들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입니다. 하루아침에 자회사로 옮기는 것에 대한 불안, 회사 내에서 본인들의 업무를 과소평가하는 것에 대한 박탈감이 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전출, 희망퇴직) 신청 여부를 본부별로 취합하는 곳도 있다"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희망퇴직을 신청하긴 하지만, 자회사로 전출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에 잔류할 경우 토탈영업TF 직무가 변경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KT는 업무 혁신 대상이지만, 자회사 전출이나 희망퇴직을 원치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광역본부에 신설하는 토탈영업TF로 발령 낼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특히 토탈영업TF안이 내부에 공유되면서 "잔류해도 문제"라는 우려감이 돌고 있습니다. 해당 안을 살펴보면 한명의 영업대표가 상품 유형과 관계없이 고객을 전담하는 직무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영업부터 고객의소리(VOC)를 해결하고, 아파트·B2B 등 신규고객을 발굴하는 업무입니다. TF 이름대로 종합적 직무인 셈입니다. 광역 본부별 TF 인원을 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광역 내 유통망 및 영업직원수가 부족한 외곽지역이 활동 지역으로 거론됩니다. 외곽지역이라 유통망 대리점 개설이 힘들어 직영 인력 운영이 불가피한 곳에 배치를 기획 중인 것인데요. 한 관계자는 "관리자와 면담을 하면서 내용을 듣게 됐다"며 "기존 유통망도 힘들어하는 업무를 8주 교육을 받고 감당할 수 있는지 고민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CNR부문이 VOC를, 가치고객영업이 소상공인과 B2B 영업을, MIT(모바일·인터넷·TV)영업이 전략 상권 영업을 담당해왔는데, 이번에 폐지된 직무에 다 포함됐다”며 "이 안대로 진행된다면 폐지한 직무에 직원들을 새로 배치한다는 건데, 사실상 시킬 일이 없는 TF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KT는 "토탈영업TF안은 공식적으로 공지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인력구조 혁신은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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