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예금보험공사는 필요성을 인지한다면서도 업권 간 머니무브(자금이동)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예보 "타이밍과 방법의 문제"
유재훈 예보 사장은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한도가 충분하냐'는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경제 여건과 소비자 편익에 따라 개선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뜻을 같이하고, 관련 개정안을 줄줄이 발의했습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2001년부터 운영됐습니다.
금융회사의 계좌 수와 상관없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인당 5000만원으로 한정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예금을 보호하려면 여러 은행에 예금을 분산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그러나 2001년부터 유지된 법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상황입니다.
강 의원은 "24년 동안 1인당 GDP가 2.7배 늘었는데, 예금자보호한도는 한 번도 한도 조정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국회에서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자는 얘기 나왔는데 적절하다고 보냐"며 질의했습니다.
유 사장은 "그 사이에 외환위기 같은 거대 경제 위기가 없어 선제적으로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며 "국회와 정부에서도 상향이 필요하지만, 타이밍과 방법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고 거기에 맞춰 예보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여야를 막론하고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예보료율(보험료) 상향에 따른 금융업권 부담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예금자보호한도로 98%의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데, 한도를 상향할 경우 1~2% 소수를 위한 법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14일 오후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재훈 예금보험공사(예보)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권 차등 상향은 '반대'
또한 예금자보호한도가 늘어나면 시중은행 예금이 상대적으로 예금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그 점이 가장 우려되며 보험료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만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 사장은 이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는 "(차등도) 연구과제 중 하나였지만 소비자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차별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유 사장은 한도 상향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가 언제라고 보냐'는 김상훈 의원의 질문에 "정부에서도 입장을 밝혔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과 같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상향 조정을 해도 예보료율은 당장 올리지 않고 단계적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금융당국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자금이 쏠리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한 상태입니다.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많이 몰릴 경우 고위험 분야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부동산PF 연착륙을 최우선 과제로 이행하고 있는 금융당국 기조와 반대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현재 예금자 보호 한도는 예금자의 90~95%를 보호하도록 한 국제예금보험기구(IADI)의 권고 수준을 충족한다"며 "개정안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10일 ㅇ려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시기에 대한 고민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실행 여부에 대해 지적을 하자 김 위원장은 "자금 이동에 대한 리스크가 있고, 부동산PF 정리 등으로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시기에 제2금융권으로 돈이 몰리면 지장이 있어 시기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14일 오후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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