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체코 원전 수주(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반도체, 배터리, 수소 등 비원전 산업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이하 산기평)이 추진했던 이들 분야 기술 협력 방안은 현대차와 현지 공대간 기술협력 MOU(양해각서)로 귀결됐습니다. 4대그룹 총수가 체코 순방에 불참하려다 뒤늦게 합류한 후일담을 고려하면 원전 수주를 위해 비관련 민간기업들이 동원된 정황으로 비칩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체코 순방 행사에 참석한 (앞줄 오른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14일 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실에서 확보한 산기평 체코 출장보고서(3월26일~29일)에 따르면 체코와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기술 협력 네트워크 발굴을 위한 현지 정부기관과의 협의가 출장 내용에 담겼습니다. 산기평이 체코 기술청과 미팅한 자리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 관계자도 참석했는데 3월말 같은 시기 에기평의 출장보고서를 보면 체코와 산업기술 R&D 협력과제를 도출하려했던 구체적 정황이 보입니다.
에기평 출장보고서엔 체코기술청과 원전분야 2개 과제를 지원했으며 올해도 원전분야과제를 신규공고하는 등 협력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고 적시됐습니다. 이어 이외에 산업부는 배터리 분야 라운드테이블 개최, 수소분야 비즈니스 포럼 추진 계획 등 원전이외 산업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고 보고됐습니다. 같은 시기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출장보고서는 반도체, 배터리, 수소 등을 체코측 주요 관심 산업이라 표현한 부분이 주목됩니다. 무보는 이들 산업에 대한 투자유치 및 산학협력 등 양국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서에 적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같은 시기 출장보고서에서 원전 외에 이차전지, 수소 등 첨단산업 유치에 체코 정부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으며, 양국 관련기관간 R&D 협력을 통해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에 힘쓰고자 한다고 더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종합하면 체코 정부가 원전 입찰 과정에서 원전 외 산업 협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자 우리 정부 기관이 관련 협력 방안을 적극 논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연장선에서 산기평도 기술 R&D 협력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힘썼는데 그 중엔 민간기업이 참여해 실질적 성과도 도출됐습니다.
체코 순방 당시 현대차는 체코 오스트라바 공과대학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여기엔 한국자동차연구원, 산기평이 참여했습니다. 산기평이 주도한 것인지까진 확인되지 않지만 지난 3월말 출장보고서엔 체코공대와 산업기술 R&D 관련 미팅을 잡았다가 체코산업부로 대상을 변경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를 보면 사전에 체코공대와 접촉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MOU 전반적으로 상호 기술 발전을 위한 협력을 내세웠지만 국내 전기차 기술이 한참 우위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체코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현대차도 MOU 체결 당일 “회사가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을 체코에 전수해 현지 전기차 시장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대한상의 회장 겸직인 최태원 회장을 제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가 본래는 체코 순방 참여 의사가 없었는데 뒤늦게 정부 요청으로 합류한 사실이 재계에서 전해진 바, 이를 고려하면 비원전 산업 협력 부분에 민간이 등떠밀린 듯한 정황이 보입니다.
정의선 회장이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싱가포르 일정에서도 현대차는 현지 대학(난양이공대)과 기술 MOU를 체결했습니다. 순방 때마다 대학과의 MOU를 체결하며 순방 성과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연구개발 현황에서 해외 대학과의 MOU 기술 개발 계획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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