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오지 마세요" 포용금융 걷어찬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이후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약속
서울 소재 금고 5곳 중 1곳만 취급
2024-09-27 16:49:45 2024-09-27 16:49:4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중저신용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대규모 자금 이탈(뱅크런) 사태 이후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말 뿐이었습니다. 실제로는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저신용자 대출 소극적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지난달 말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서울 소재 금고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은 5곳 중 1곳만 진행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서울 소재 233곳의 금고 중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차주의 대출은 45곳으로 5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금고에서는 1~3등급 등 비교적 고신용자의 대출도 223곳 중 110곳으로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내준 경기도 금고는 109곳 중 42곳(61.5%)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서울 지역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문턱이 고신용자에만 쏠리고 있습니다.
 
신용대출 등급은 통상적으로 1~3등급이 고신용자, 4~6등급이 중신용자, 7~10등급이 저신용자로 구분됩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뱅크런 사태 이후 중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뱅크런 사태 여파로 인해 올 상반기 순손실은 1조2000억원대에 달했습니다. 뱅크런이 발생한 원인 자체가 기업대출의 부실위험이 커지면서 서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지목됩니다.
 
실제로 새마을금고는 2019년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확대하면서 가계대출 비중이 확대됐습니다. 2018년 70%에 달했던 가계대출 비중은 2021년 30%대로 위축됐고, 대출 연체율은 이듬해 3%대에서 지난해 6%대로 2배가량 급등했습니다. 올해 연체율은 대손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매각 등의 7%대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여파로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새마을금고 1282개 지역금고 중 64.7%는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지역금고는 41.9% 적자를 냈는데 올해 상반기는 22.8%포인트 증가한 결과입니다.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중저신용자들의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대구 수성구 새마을금고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연체율 상승에 건전성 관리 비상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1284개 새마을금고에서 낸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1조2019억원에 달합니다. 대손충당금 적립 금액은 6조854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3986억원 증가했습니다.
 
연체율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7.24%로 지난해 말(5.07%)보다 2.1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11.15%로 지난해 말(7.74%) 대비 3.41%포인트 올랐습니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은 1.77%로 지난해 말 대비 0.2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정부가 가계대출 상승률과 연체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대출 규모를 관리하면서 2금융 풍선효과에 관심이 쏠렸고, 이는 다시 신용대출 관리까지 영향이 미쳤습니다.
 
일부 지방에서만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저금리 특례보증상품(금리 5% 이내)이 있으나, 아직까진 신용점수 800점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신용자 위주로만 대출이 진행되는 중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대구 북구와 경북 포항시 등 일부 금고는 소상공인·청년창업가 등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특례보증상품을 출시했는데요. 다만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위한 대출이라 개인 중저신용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새마을금고 측은 개인 중저신용자 차추들은 정부의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등을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곧 정부 정책 예산 없이는 새마을금고가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출에 보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 효율화를 위해 금고 통폐합 절실한 상황입니다. 행안부가 아러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법으로 명문화되기 전까지는 포용금융 역할도 못하고 경영 효율화도 미온적인 상황입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로 최근 신용대출이 다소 위축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저신용자 특례보증대출 및 햇살론 등 적극 취급해 서민금융기관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1284개 새마을금고에서 낸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1조2019억원에 달한다. 사진은 대구 수성새마을금고 본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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