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유근윤 기자] 김건희씨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이 '국정농단' 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양대 특검은 수사 종료를 목전에 두고 사실상 공소제기 단계로 넘어갈 수순이었는데, 갑자기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겁니다. 내란특검은 김씨가 자신에 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검찰의 인사·수사 방향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김건희특검 역시 문자 정황을 추가 단서로 김씨가 위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게 없는지 들여다보는 상황입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성재–김건희 문자, 핵심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한겨레> 보도 등에 따르면, 내란특검은 최근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김씨와 청탁성 메시지를 주고 받은 정황을 확보했습니다. 이 메시지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수사 관련 문의뿐 아니라 자신과 김혜경·김정숙 여사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란특검은 이 문자들이 박 전 장관의 직무와 연결돼 있는지, 또 당시 검찰 인사·수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특검은 김씨가 박 전 장관에게 보낸 메시지는 '단순 문의'를 넘어, 구체적인 검찰 인사·수사 방향에 관해 의견을 전달하고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 전 장관은 이미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도 특검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문자 발송 이후 실제로 검찰 인사가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김씨가 박 전 장관에게 연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에 관한 수사를 총괄하던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체되는 등 중앙지검 지휘부 인사가 단행됐습니다. 김창진 1차장·고형곤 4차장 등도 함께 교체됐습니다. 이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중앙지검에 김씨의 명품백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지 12일 만이기도 합니다.
다만 내란특검은 청탁금지법 적용을 위해서는 법령을 위반해 업무를 처리하는 등의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한 범죄사실이 아니라면,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위수증)의 이유로 다른 혐의에 대한 증거나 수사 개시 요건으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일단 김씨와 박 전 장관의 메시지는 김건희특검에서 박 전 장관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인한 압수수색 절차 과정에서 확보한 겁니다.
아울러 내란특검은 해당 압수수색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관련됐지만 청탁금지법 증거를 공통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청탁금지법을 규명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27일 브리핑에서 "두 혐의는 관련 범죄이고, 범행 동기와도 연계된 부분이 있어, (문자를) 활용하는 건 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청탁금지법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법령에 위반해 직무를 수행할 때 죄가 되는 범죄로 충분히 의심이 드는 정황은 있지만 이것을 규명하는 것이 상당히 지난한 수사가 될 수도 있어서 여러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양대 특검이 공식적으로 공동 수사체계를 구성한 건 아닙니다. 내란특검 측은 일부 언론에서 '김건희특검과 내란특검이 박성재 관련 수사를 협의 중'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아직까지 김건희특검과 구체적 협의 단계는 아니며,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절차였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상호 간에 수사 범위를 정확히 파악한 상태는 아니고, 향후 중복 수사가 우려될 경우 필요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메시지 관련 수사 또한 박 전 장관에 대한 부분으로만 한정돼 이뤄질 전망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씨가 지난 8월6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대 특검 수사 중첩 가능성…관건은 '국정농단' 판단
김건희특검은 청탁금지법 위반을 넘어 이 사태가 국정농단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내란특검과 수사가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라면서 '본격 수사 착수설'엔 거듭 선을 그었습니다. 27일 박상진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구체적 수사 관련해서 수사를 협의한 바 없고, 같은 선상에서 실무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 특검이 필요한 자료 있다면 적법절차를 거쳐서 확보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건희특검 관계자는 "(메세지 등 사건을 파악하고 있는데) 이 건은 수사대상은 14·15호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 대상 14호는 직권남용과, 15호는 윤석열·김건희씨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 및 수사를 윤석열씨나 또는 대통령실 등이 방해했다는 의혹입니다.
특검이 김씨와 박 전 장관의 메시지를 국정농단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이유는 김씨가 박 전 장관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에 검찰 인사와 관련해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들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보도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5일 박 전 장관에게 '검찰 관련 상황 분석'이라는 내용의 글을 보냈습니다. 김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관련해 이원석 당시 총장이 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지 3일 뒤입니다.
또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난 5월14일 김씨 수사에 나섰던 중앙지검 지휘라인은 모두 교체됐습니다. 심지어 당시 김씨와 관련해 '엄정 수사'를 당부했던 이원석 총장을 패싱하고 인사가 단행됐습니다.
더구나 이때 인사로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중앙지검장에 보임됐습니다. 공교롭게도 김씨에 관한 '황제조사' 논란은 바로 이창수 중앙지검장 시절에 벌어진 일입니다. 해당 조사는 이 총장에게 보고도 없어 진행돼 '총장 패싱'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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