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50년을 맞아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로 제정합니다. 반도체인의 신조는 삼성 반도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문구입니다. 이번에 문구를 새로 제정하면서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 회복을 위한 각오를 다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DS인의 일하는 방식'을 정립하기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인의 신조는 1983년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며 직원들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지은 10가지 행동 다짐입니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이유를 찾기 전에 자신 속의 원인을 찾아라' 등의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반도체인의 신조는 1983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알린 '도쿄 선언' 이후 제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은 아침마다 반도체인의 신조 10개 항목을 외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메가비트)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이르렀습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은 저서 '초격차'에서 "나를 포함한 모든 삼성 반도체 임직원은 아침마다 반도체인의 신조 10개 항목을 외치고 일을 시작했다"며 "그중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와 '큰 목표를 가져라'는 지금도 내 삶의 신조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고 술회했습니다.
김기남 고문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986년 1Mb D램 개발을 꼽으며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 1번 항목인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를 가슴에 품은 시점이 됐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롭게 제정하는 것은 시대상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삼성 반도체 임직원들의 행동 지침인 반도체인의 신조를 이어받으면서 앞으로의 50년을 꾸려나갈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재정립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반도체 기술과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새 제정안에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재해석된 행동 지침들과 임직원들의 의지를 다져나가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안팎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구심점이 될 행동 지침을 재정립해야 하는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실기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최근 TSMC의 점유율을 60%로, 삼성전자는 12%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노조 리스크 불씨도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지금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내부 진단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 부회장은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반도체 신 조직문화'(C.O.R.E. 워크) 조성을 제시했습니다.
'C.O.R.E'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Execute)는 의미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앞으로의 50년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삼성 반도체의 정신적 구심점인 기존 반도체인의 신조를 중심으로 하되,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재해석된 문구로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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