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 중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비 오너 주식부자는 2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게임, 바이오, 로봇, 엔터테인먼트 등 미래 산업으로 불리는 분야에서 주식 가치가 상승하면서 주식 부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 외에도 삼성전자의 지분투자로 주가가 크게 오른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 보유자도 주식 부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2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시총 2조원이 넘는 149개 주식종목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비오너 출신 임원과 주주의 주식평가액을 분석한 결과, 주식 재산이 10억원을 넘는 임원은 165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주식 평가액은 게임, 로봇,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양상입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크래프톤, 레인보우로보틱스, 실리콘투, 펄어비스, 하이브 등의 약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크래프톤의 경우 '배틀그라운드(PUBG)'의 견조한 성장 등을 비롯해 지식재산(IP) 다변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PUBG는 스팀(Steam) 일간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69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화평정영 일매출도 회복되고 있다"며 "크래프톤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81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8.7% 증가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2452억원)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크래프톤.(사진=연합뉴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가 지분을 14.71%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는 기업입니다. 업계에선 협동로봇, 이송로봇 등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참여 가능 영역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자체 로봇 개발에도 기술 제휴 등 다양하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기업의 특징으로 꼽힙니다.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와 로봇 핵심 부품 내재화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1600억 달러(약 21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실리콘투는 국내 화장품을 전세계에 유통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 점유율 확대 전망에 힘입어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자체 플랫폼인 '스타일코리안'을 통해 전 세계 약 170여개의 국가에 이커머스 역직구 판매와 기업 고객에게 수출하고 있습니다. 해외 지사를 이용한 현지화 사업 및 국내 유통 회사 최초로 무인운반차(AGV) 물류로봇 시스템을 기반으로 고도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월별 수출 실적 만으로 성장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로 실리콘투는 글로벌 K-뷰티 성장을 주도하는 유통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펄어비스는 게임 업체로, 자체 게임 엔진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반영하고, 개발 상황에 유연하면서도 즉각적으로 대응하며 다양한 플랫폼에 선보일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습니다. 하이브는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팬덤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 주요 시장에 확대 전개하는 것이 장점으로 뽑힙니다. 음악 사업 영역에서는 본질인 콘텐츠 품질과 팬 경험을 더욱 향상하고, 한국·미국·일본·라틴 사업의 확장 및 지역간 시너지 창출을 가속화하는 점이 기업의 강점입니다.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체제 개편 등을 주도한 점도 회사 성장을 이끈 배경으로 꼽힙니다.
비오너 중 주식부자 1~2위는 크래프톤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크래프톤 그룹 계열사인 라이징윙스 김정훈 대표이사는 크래프톤 주식을 84만3275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달 6일 종가로 곱한 주식평가액만 해도 2723억원으로 3000억원 가까이 됐습니다.
이는 작년 조사 때 평가됐던 1307억원과 비교하면 1년 2배 이상 주식재산이 불어난 금액입니다. 여기에는 크래프톤 주식종목 주가가 작년 조사 때 15만5100원에서 올해는 32만3000원으로 108.3%나 껑충 뛴 것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이사는 55만4055주를 보유하며 이달 6일 기준 주식재산만 177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8월 조사 때는 850억원 수준으로 1000억원을 밑돌았는데, 올해는 1000억원대로 주식가치가 상승했습니다. 주식재산 규모가 1000억원대로 올라서며 김 대표는 이번 비오너 대상 주식평가액 중 2위를 기록했습니다.
김정훈·김창한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크래프톤에서만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비오너 임원은 2명 더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송인애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이사(428억원)와 류성중 주주(292억원)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에서만 비오너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가입한 인원만 4명이나 됩니다.
주식가치가 1000억원 넘는 비오너 중에는 삼성전자가 10% 넘게 지분 투자를 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 대표이사도 합류했습니다. 이 대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132만5060주를 보유 중인데, 이달 6일 종가 13만700원으로 계산한 주식평가액은 1731억원을 넘겼습니다.
다만 이 대표는 작년 조사 때는 1428억원으로 비오너 중 주식재산이 가장 높았는데, 올해는 세 번째로 밀려났습니다. 이 대표를 제외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보유한 주주 중에서는 허정우 기술이사(509억원)와 임정수 기술이사(437억원)도 400~500억원대 주식재산을 보유했습니다.
이 대표의 뒤를 이어 4위 손인호 실리콘투 부사장(956억원), 5위 지희환 펄어비스 최고기술책임자(756억원), 6위 윤재민 펄어비스 부의장(721억원), 7위 스콧 사무엘 브라운 하이브 사내이사(599억원), 8위 민경립 시프트업 부사장(562억원), 9위 허정우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이사(509억원), 10위 유헌영 셀트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478억원) 순이었습니다.
작년 기준 매출 100대 기업 중에서는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이 121억원으로,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속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작년 8월 조사 때 83억원으로 100억 클럽에서 빠졌었는데, 올해는 주식재산이 100억원을 넘겼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31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김용범 부회장의 주식재산도 작년 조사 때 164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300억원대로 높아졌습니다.
올해 조사에서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27명 중 7명은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에 속했습니다. 이들 MZ세대에는 △스콧 사무엘 브라운·조인상(각81년생) △허정우·이동기(82년생) △신재하(83년생) 에이피알 부사장(304억 원) △민경립·임정수(89년생) 주주 등이 젊은 주식부자 클럽에 포함됐습니다.
반면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비오너 주식부자 1위는 박학규 사장이 2만8000주를 보유해 이달 6일 기준으로 19억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2만5000주로 17억원대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이 2만2114주를 보유하며, 이달 6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34억원 이상으로 해당 종목에서 비오너 중 주식가치가 가장 컸습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22억원으로 현대차 내에서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았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과거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주요 대기업에서도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전문경영인 등이 등장했었지만, 근래에는 50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드물어졌다"고 했습니다. 이어 "반면 최근에는 게임업체 등에서 활약하는 30~40대 중에서 100억원 넘는 신흥 주식부자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료=한국 CXO연구소)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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