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2030 일자리)①20대 태반이 '백수'
청년층 '쉬었음' 비중 5% 넘어…기업 10곳 중 6곳 '채용 계획 미정'
구직 포기 원인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2024-09-10 16:00:00 2024-09-10 17:53:1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될 만큼 청년층 취업난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데다 내수 부진과 경기심리 악화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보수적 채용이 예상된다는 게 산업계 전망입니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채용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7.5%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한 기업은 40.0%, 채용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17.5%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는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23.8%)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20.6%),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7.5%) 등의 순이었습니다.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에 '수시 채용 증가'(21.9%)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그 뒤로 '경력직 채용 확대'(20.5%), '기업문화 적합도에 대한 고려 증가'(15.5%),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14.6%),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신기술 분야 채용 확대'(13.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한 듯 응답 기업 중 70.0%는 대졸 신규 채용에서 수시 채용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수시 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20.8%, 공개·수시 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49.2%였습니다.
 
청년 취업난 속에 기업들은 최대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5.5%)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요구수준에 부합하는 인재 찾기 어려움'(29.0%), '신산업·신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 인재 부족'(6.5%) 등의 이유가 꼽혔습니다. 아울러 응답 기업의 37.5%는 대졸 신규 채용 증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개선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를 꼽았습니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 '2024 영남대학교 취업한마당'에서 대학생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청년층 '그냥 쉼' 비중 증가"원하는 일자리 없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우려와 같은 경영 불확실성 확대로 올해 채용 시장도 여전히 어두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취업 시장 경쟁 심화에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은 지난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들 중 대다수인 75%는 일하기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작년 동월보다 4만2000명 늘어난 44만3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쉬었음' 청년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넘어서며 같은 달 기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7월 쉬었음 청년은 2013∼2017년 20만명대였으나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계속 늘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000명까지 증가했다가 2022년 36만1000명으로 줄었으나 작년(40만2000명)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구직 포기 또는 그냥 쉬었음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많은 수준입니다. 지난 7월 기준 40대 쉬었음 인구는 28만4000명, 30대 28만8000명, 50대는 39만4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청년층 인구는 줄어드는데 쉬는 청년은 늘면서 그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셈입니다.
 
문제는 '쉬었음' 청년층 응답이 단순히 양적으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할 의사도 없는 것으로 조사된다는 점입니다. 쉬었음 청년(44만3000명) 가운데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이들은 33만5000명에 달했습니다. 75.6%가 구직 의사가 없었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나머지 일하기를 원했던 쉬었음 청년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보니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취업을 원했던 쉬었음 청년 가운데 42.9%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로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를 꼽았습니다. 그 뒤로 '이전에 찾아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18.7%), '교육·기술 경험이 부족해서'(13.4%), '근처에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11.1%) 순이었습니다.
 
기업 채용 관계자는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고용 여건이라면 쉬었음이나 구직 단념 등 구직 활동을 미루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제거해 선제적으로 기업 투자나 고용 확대를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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