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27일 주주총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로써 오는 11월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출범하게 됐습니다. 다만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양사 합병의 시너지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도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6%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습니다.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62.76%입니다. SK E&S도 같은날 주주총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승인을 위한 양사의 임시 주주총회(주총)가 열리는 27일 서울 SK서린빌딩에 관련 배너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했으나, 최대주주인 SK㈜를 비롯한 대다수가 찬성해 합병안이 통과됐습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안 찬성을 권고하며 외국인 주주의 95%가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1일 공식 출범합니다. 합병 SK이노베이션은 자산 기준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민간 에너지기업 중 1위, 국영 에너지기업을 포함하면 아태 지역 9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회사의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의 토대가 될 이번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예정"이라며 "합병 완료 이후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 검토해 실행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합병의 마지막 관문인 주식매수청구권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주목됩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이 모두 보유 주식 매수를 청구한다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회사가 최초 정한 한도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박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8000억원을 초과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주주 질의에 "한도액(8000억원)은 과거 합병 사례를 판단해 설정한 것으로, 예상한 범위 내에 주식매수청구권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금액이) 초과하면 이사회와 협의해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금액이 지나치게 많으면 고민이 되긴 하겠지만, 회사 내부에서 보유한 현금이 1조4000억원 이상이어서 감당 못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로, SK이노베이션은 해당 기간 동안 주가 부양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가 부진해 차익 실현을 노리는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늘어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박 사장은 부진한 주가에 대한 주주 질책에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시너지를 창출해 기대하는 수익률을 창출하고, 경영진에 대한 따끔한 말씀도 이사회와 협의해 주주 이익을 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자사주 매입은 11월 합병과 재무상황 등을 감안해 어떤 정책이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주주친화 정책을 펼쳐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 '밸류업' 계획 등에 부합하도록 중장기 계획을 세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사장은 11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흑자 전환 시점에는 "전기차 전체의 수요가 침체된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을 통해서 시황 회복이 느려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런 노력을 더해서 시간이 받쳐주면 저희가 생각하는 기간 내에 업턴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합병을 잘 마무리해 전력·LNG·배터리와 같이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면 중기적으로 안정적인 주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K그룹은 올초 리밸런싱(사업재편) 차원에서 재무 안정성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염두에 두고 양사 합병을 추진해왔습니다. 에너지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자 비상장사인 SK E&S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시에 그룹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단 취지였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 비율을 1대 1.1917417로 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양쪽 에너지 회사가 힘을 합해서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설루션화하면 상당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추진 배경을 밝혔습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사진=연합뉴스)
양사 합병 이후 과제도 산적합니다.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인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됩니다. 합병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함인데, '안정 속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자산과 역량을 통합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게 과제 중 하나입니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의 원유 정제,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석유개발사업과 SK E&S의 가스개발, LNG 트레이딩, 복합화력발전의 경우 자원개발 역량이 결합돼 탐사·개발 경제성과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선박·터미널 등 인프라를 공동 활용해 운영 최적화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흔히 얘기하는 화학적 결합은 어렵고 현재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찾는 게 급선무"라며 "CIC 체제를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고 합병 의의를 밝힌 바 있습니다.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도 당시 "합병 이후에도 SK E&S의 수익력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에 하던 사업 운영 체제, 의사 결정 구조를 큰 변화 없이 할 수 있는 책임 경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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