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진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승용차 판매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습니다. 그동안 연식·부분변경을 출시할 때 공식처럼 여겨졌던 가격 인상도 동결하거나 낮추는 일도 늘어났습니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고성장을 이어오던 전기차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더 이상 가격 인상 카드가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6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은 5345만원으로 전년 대비 1.4% 상승했습니다.
현대차·기아 평균 판매가격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이는 최근 들어 가장 낮은 인상률인데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10.8%, 2021년 13.8%로 급상승한 이후 2022년 5.7%, 2023년 4.7%로 신차 판매가가 지속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이 시기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란 말도 생겨났죠.
기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상반기 레저용차량(RV) 평균 판매가격은 4801만원으로 전년(4800만원) 대비 사실상 동결입니다. 2020년 4.2%, 2021년 19%, 2022년 5.4%, 2023년 10.2%와 비교하면 상반된 모습입니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신형 모델을 내놓을 때 이전 보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는데요. 전기차에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부분변경 모델의 전 트림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6 연식변경 모델은 각각 100만원, 200만원 인하했죠. 기아도 최근 출시한 EV9과 니로 EV 연식변경 모델 가격을 유지했습니다. EV6는 부분변경임에도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내연기관 모델인 그랜저 연식변경 시작 가격 인상 폭을 25만원으로 최소화했습니다.
업계에선 한시적 할인이 아닌 출고 가격 자체를 낮춘 건 이례적이라는 평간데요.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는 연식변경, 부분변경 등 차량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수백만원씩 인상해왔습니다. 특히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가 길어지자 '배짱 인상'이란 비판까지 받을 정도였죠.
기아 2025년형 니로 EV.(사진=기아)
하지만 자동자 부품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주문대기 물량이 줄었고 금리 인상으로 신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내 완성차 5사의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67만373대로 전년동기대비 11.7% 감소했습니다. 2009년 이후 국내 완성차들의 상반기 판매량이 70만대 아래로 떨어진 건 2012년(69만1240대) 2013년(67만2824대) 2022년(66만8886대)과 올해 네 번뿐입니다. 현대차는 14.8% 감소한 5만9804대, 기아는 13.4% 줄은 4만4284대를 기록했죠.
업계 관계자는 "누적된 대기수요 소진가 소진되고 있고 경기부진으로 인한 가계 부채 증가, 높은 할부금리 부담 등으로 신차구매 수요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카플레이션을 주도했던 전기차가 올해 보급형 모델로 확대되고 자동차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상 움직임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은 "올해 전기차 시장은 가격 인하와 저가형 모델의 출시 확대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라며 "기존 내연기관차 수준의 합리적 가격 달성이 필수적인 만큼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어느 때보다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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