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를 거쳐 상장한 새내기는 스팩(SPAC)과 리츠(REITs)를 제외하고 34종목입니다. 이중 지난주 마감가 기준으로 공모가의 2배를 넘는 종목은 올해 첫 ‘따따블’의 주인공 우진엔텍이 유일합니다. 연초부터 휘몰아쳤던 원전 강풍은 잦아든 것 같지만 여전히 공모가 대비 3배 가까운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2호 따따블 주인공 현대힘스도 힘은 빠졌지만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이렇게 공모가보다 오른 종목은 이 둘을 포함해 9종목이 전부입니다. 반대로 공모가에서 반토막 난 종목은 포스뱅크(-55.28%), 제일엠앤에스(-54.32%), 아이씨티케이(-62.05%), 이노스페이스(-55.31%) 등 4종목입니다.
3분의1을 기준 삼아, 33% 이상 오른 경우로 넓히면 5종목으로 늘어나지만, 반대로 33% 이상 하락한 종목은 12종목. 여지없이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종목이 더 많습니다. 물론 최근 빠르게 식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이 있겠지만, 34종목 중 9종목만 공모가보다 높다는 불편한 사실을 시황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기업이 IPO를 위해 제출하는 희망공모가는 공인기관에게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후 거기에 일정 할인율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값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상장 후보 기업과 상장 주관 증권사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기업가치를 부풀린다는 의심이 팽배해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희망공모가가 적정한지 일반공모 전에 먼저 검증해야 할 기관들의 수요예측도 투기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서로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겠다고 값을 올려 써내기 일쑤입니다. 고평가된 공모가를 더 올리는 불쏘시개 노릇을 합니다. 이 과정을 주관하는 한국거래소 역시 가격에 대해선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열린 문’입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투자자의 몫입니다. 공모주 투자자 또한 고평가 사실을 알면서도 동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34종목에서 빠진 스팩들의 주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기업 합병을 목적으로 상장하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자본금 덩어리의 주가가 상장 첫날 급등했다가 추락하는 일이 되풀이됩니다. 그래도 거래소와 감독당국은 손 놓고 지켜만 봅니다. 상장일 고점에서 매수한 사람은 투기적 매매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손실을 떠안습니다. 이게 거래 참여자만의 문제인가요?
IPO 고평가 사태의 책임에선 누구 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투기의 장으로 변한 IPO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에 당국은 ‘따상’ 규정을 ‘따따블’로 바꾸는 개악을 단행, 불길에 짚단을 던졌죠.
어떡해서든 기업가치를 부풀려 실적을 올리려는 상장 주관 증권사들부터 변해야 합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들이 제 역할을 방기하고 무작정 몸값을 밀어 올리는 데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IPO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최소한의 관여라도 필요할 때는 나서야 관리감독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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