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현주소)규제에 기술력까지 '갈 길 멀다'
AI 신약 개발 경쟁력 '비용·시간 단축, 생산성 극대화'서 판가름
연구비 지원으로 부족, "통합 데이터 구축, 전문 인력 양성부터"
2024-05-10 17:20:27 2024-05-10 17:20:27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AI(인공지능) 신약 개발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업에서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력이 부족하고, 당국은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제네릭 위주의 품목허가 심사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신약이나 희귀의약품, 첨단바이오의약품 등 심사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품목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소요되는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단축하고 신약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6억980만 달러(약 8092억원)입니다. 2022년부터 연평균 45.7%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40억350만 달러(약 5조3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 과정은 약 10년에서 15년 정도 소요되는데요. AI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성공률은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임상시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후보물질을 발굴할 때 평균 5~6년 소요된다고 볼 때 AI를 활용하는 경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최적의 물질을 제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5분의 1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죠.
 
하지만 아직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기술력이 부족하고 정부의 규제도 산업 발전 속도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설립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AI 개발사-바이오 기업 간 협력' 활성화 돼야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가 활성화되려면 단순히 연구비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정확한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AI를 통해 개발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케이스가 없는 것이 현실로 기존의 신약 개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신약 개발에 투자는 많이 했지만, 바이오 부문에서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은 AI 개발 기업과 바이오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AI 신약 기술개발을 촉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AI 신약 개발이 결국은 데이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세밀하고 정확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 돼야 하고, 정부의 규제도 산업 발전과 함께 진화해야 한다"며 "연구비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혁신 기술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전제하에 획기적인 규제 과학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I 기술을 약물 발견, 신약개발과 접목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AI 신약 개발 알고리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국가 단위의 데이터 통합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 데이터 구축과 숙련된 인력 양성이 핵심 조건으로 꼽힙니다.
 
정혜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AI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빠르고 효율적으로 AI 기술을 신약 개발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통합 데이터소스 구축과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십자·동아에스티·HK이노엔 'AI기반 신약 연구' 확대
 
업계에서는 AI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복잡성, 데이터 부족, 규제 장벽, 전문인력 발굴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죠. 여러 장애물에도 AI 신약 개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눈에 띕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1984년 GC녹십자가 B형간염 백신 개발 성공을 통해 얻은 이익을 기금으로 출연해 설립한 국내 제1호 민간 연구법인 연구소로 현재는 AI 연구소로 탈바꿈해 AI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단기적으로 AI가 적용됐을 때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AI 플랫폼을 이용한 후보물질 발굴, 신약이 개발되지 않은 질병 분야에 대한 수요연구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GC녹십자와는 메신저 리보핵산, 약물 전달 시스템에 대한 신약 개발 협력을 맺고 희귀 질환에 대한 미래 전략도 함께 구상 중이죠.
 
동아에스티는 2021년 9월 심플렉스와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에 AI를 활용한 혁신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죠. 2022년 7월 동아에스티와 심플렉스, 연세암병원이 조병철 교수 연구팀과 진행 중인 '설명 가능한 AI 플랫폼 고도화로 혁신 폐암 신약 발굴' 연구가 신규 정부 지원 과제에 선정됐습니다. 현재 세 기관은 AI를 활용한 폐암 치료제 개발을 정부 과제로 진행하고 있고 동아에스티는 기전 연구, 후보물질 발굴 및 전임상 연구를 담당하고 있죠.
 
HK이노엔은 AI 기반 신약개발 바이오텍인 에이인비와 손잡고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나섰습니다. 에이인비가 보유한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적용할 새로운 항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항원 디자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이밖에 HK이노엔은 자체 AI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인 이노썬(inno-SUN)도 가동 중입니다. 최근 이노썬에서 도출한 표적 항암 신약 유효물질을 후보물질로 개발하기 위해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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