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불안한 전세시장, 흔들리는 주거사다리
2024-05-07 06:00:00 2024-05-07 06:00:00
50주 연속 오른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죠. 전세물건은 씨가 마른 상태입니다. 왜일까요. 시장에선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를 피하는 '빌라포비아' 현상과 함께 부동산PF 등으로 입주 물량이 줄었다는 점을 전세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결국, 피해는 서민들이 보고 있습니다. 전세 제도는 어찌 보면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임차인은 자금이 부족해 매입하기 어려운 집이라도 적은 돈을 들여 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집을 보유함으로써 생기는 자본이득에 더해 전세보증금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전세 제도는 보증금 전액이 보전된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로서 작용해 왔는데요. 
 
문제는 아파트 선호가 강화되고 비아파트가 기피되면서 기존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전세시장 불안은 월세 시장 불안으로 전이되고, 결국은 아파트값까지 밀어 올리는 상황도 만들어지는데요. 경직된 수급 구조로 인해 모두가 바라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멀어지는 셈입니다. 실제 지난 1∼3월 서울의 주택 전·월세 거래 12만3669건 가운데 전세 거래는 5만7997건, 월세는 6만5672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전세 비중은 46.9%로,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분기 기준) 가장 작은 수준입니다. 반면 빌라와 단독주택의 월세는 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서울지역 빌라와 단독주택의 전·월세 거래 6만6170건을 들여다보면 이 중 전세는 2만4002건(36.3%), 월세는 4만2168건(63.7%)으로, 전세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현재 서울지역 전세물건은 찾기가 어려운 모습인데요.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이달 1일 기준 2만9049건으로 조사됐습니다. 작년 10월 14일(2만9026건) 이후 최저치입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1만1754가구로 작년 입주물량(3만2759가구)보다 2만 가구 이상 감소할 전망인데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전세 공급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의미입니다. 1년 넘게 오른 서울 전셋값 상승세 바탕에는 신축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매물의 절대 부족이 크게 자리합니다. 매매시장 불확실성으로 매수 대기자가 전세수요로 전환한 것,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으로 빌라(다세대·연립) 수요가 줄며 빌라 공급이 급감한 것도 가세했죠.
 
가수요가 반영되지 않는 전세의 특성상 장기적인 가격 상승 흐름은 곧 주거 상황 악화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전셋값을 제어할 수 있는 정책을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도입 4년 차를 맞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전셋값을 끌어올리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갱신계약해지권도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주거사다리 복원이 한두 가지 방안으로 주거사다리 복원이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부작용을 빚는 조항부터라도 우선 손질해야 합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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