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융당국 감리 결과, 회계처리 위반 조치를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지적사항 외에도 장부 오류가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회사는 지적사항에 대해 과거 거래가 종결돼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공시했지만, 추가 오류가 확인됨으로써 회계 불신감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2일 아시아나항공 및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증권선물위원회 조치 대상은 아시아나항공이 2015년 3300억원 대여금을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에 미기재한 건입니다. 2016년에도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이면 약정을 누락해 역시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에서 1600억원이 빠졌다고 감리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따라 8개월 증권발행제한 및 2년 감사인 지정 조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3300억원 대여금은 재무상태표에서도 누락됐음이 확인됩니다. 대여금을 단기금융상품 계정으로 잘못 처리한 것입니다. 감리를 실시했던 금융감독원은 “재무상태표에서 단기금융상품투자로 처리된 것을 알고 있었다”며 “대여금으로 했어야 하는 걸 계정 분류가 잘못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보통 위반사항이 있으면 지적순위가 제일 높은 걸로 지적하는데, 특수관계자 주석 사항에 대한 조치수위가 높다 보니 그걸로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대여금으로 분류하지 않고 단기금융상품으로 처리한 게 애초 감리를 받게 된 배경”이라고 시인했습니다.
문제는 금융상품을 취급하면서 당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사회 승인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 이사회 주요 의결사항에서 관련 거래 승인 안건을 다룬 내용은 없습니다.
3300억원 대여금은 2015년 12월 말 금호기업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쓰였습니다. 현재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해당 사유로 횡령 혐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1심 유죄판결(징역 10년형)을 받고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2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최종 유죄가 확정되면 관련 거래를 승인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책임 소지도 생깁니다. 배임 이슈나 주주대표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대여금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금융상품으로 처리함으로써 장부 상황이 더 좋아 보이는 분식의 소지도 있습니다. 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2015년 1년 만기를 넘어가는 비유동 대여금에 대해서만 1억9329만원을 쌓은 게 전부였습니다.
사측의 단기금융상품 처리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3300억원 대여금을 2015년 단기금융상품 처리해 해당 계정이 3111억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189억원이 모자랍니다. 대여금은 2015년 말 발생했는데 2014년 말에도 단기금융상품은 3066억원이나 돼 발생 전과 큰 차이도 없습니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대여금 수치가 2018년 공시부터 이전 수치와 불일치한 오류도 발견됩니다. 회사는 2016년에 단기대여금 242억원, 장기대여금 105억원을 공시했습니다. 2017년에는 각각 40억원, 725만원으로 기재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사업보고서에는 2016년 단기 262억원, 장기 127억원, 2017년 단기 62억원, 장기 37억원으로 작성됐습니다. 이 같은 수치 오류는 불성실 공시 사례에 해당합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당국의 제재를 받는데, 금액 차이가 작지 않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거래는 자회사들이 제3자가 발행한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에 투자한 것으로 판단해 단기금융상품으로 인식한 것”이라며 “대여로 볼 경우 공시 요건에 해당되나 당사는 투자로 판단했기에 대규모 내부거래 미공시된 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해당 거래는 자회사에서 진행된 건으로 자회사 내부통제규정에 따른 승인을 거쳤을 것. 아시아나 이사회의 의결사항이 아니”라며 수치오류는 “2018년 감사보고서 한정의견 후 에어부산을 연결종속회사로 편입해 전기수정했기 때문에 이전 숫자와 차이가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금융권에서 먼저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빌려왔는데 대출 조건이 맞지 않아 조기상환하게 됐다”며 “다시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급하게 빌려오다가 (회계처리가)부실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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