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세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선된 지표가 있지만 증가 폭이 크지 않고 악화 지표가 수두룩한 상황입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가구순자산이 줄었고 기대수명도 코로나19 여파 탓에 1970년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또 상대적 빈곤을 나타내는 비율도 심화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보면 전체 71개 지표 중 전년 최신화 지표는 52개로 전기보다 개선된 지표는 36개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악화 지표는 15개, 동일 지표는 1개입니다.
관련 항목은 주관적 웰빙, 환경, 교육, 고용·임금, 여가, 주거 영역, 시민참여, 안전, 소득·소비·자산 영역 등입니다.
"삶에 만족하지 않아"
국민 대다수는 삶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제연합(UN)의 세계행복보고서에 활용되는 지표인 '삶의 만족도'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난 3년(2020~2022년) 간 삶의 만족도는 5.95점(10점 기준)으로 OECD 평균인 6.69점보다 0.74점 낮습니다. 38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그리스, 콜롬비아, 튀르키예에 이어 35위입니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득이 100만원 미만 가구의 만족도는 6.0점으로 100~200만원 미만 가구(6.4점)보다 0.4점 낮습니다. 소득이 600만원을 넘는 가구는 6.6점을 기록했습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난 3년(2020~2022년)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69점보다 0.74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직장인 모습. (사진=뉴시스)
직업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전문관리직과 사무직은 각각 6.7점, 6.6점인데 반해 기능노무직은 6.3점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소득수준과 직업은 서로 연관성이 높은 변수입니다. 즉, 소득수준에 따라 삶의 만족도에 차이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삶의 만족도는 남녀 모두 6.5점으로 성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연령대별로는 고령층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60세 이상은 6.4점으로 낮고, 50대 이하의 경우 6.5~6.6점으로 집계됐습니다.
삶의 만족도와 관계가 깊은 '자살률'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 자살률은 10만명당 24.1명으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그다음으로 높은 리투아니아(18.5명)보다도 6명 많은 규모입니다. 자살률은 사회의 급격한 변동이나 불안정성이 증가할 때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이후 자살률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 자살률은 10만명당 60.6명으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남성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살률이 높고 여성은 70세 이상을 제외하면 20~40대 자살률이 높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빈곤 심화·기대수명↓
코로나 이후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대적 빈곤율'과 '저임금근로자 비율'은 늘었습니다.
통계청 '가계 금융·복지조사' 자료로 계산한 상대적 빈곤율은 2022년 14.9%로 2021년(14.8%) 대비 소폭 증가했습니다. OECD 자료로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1%로 회원국 37곳 중 9번째로 높습니다. 특히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3%로 나타났습니다. 에스토니아 다음 높은 나라는 한국이었습니다.
임금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저임금근로자 비율'은 2021년 15.6%에서 2022년 16.9%로 1.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해당 기간 남성의 저임금근로자 비율은 11.2%이나 여성은 26.1%로 14.9%포인트 높았습니다.
국제적으로 한국은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저임금근로자 비율은 15.6%로 저임금근로자 비율이 가장 낮은 뉴질랜드(1.6%)에 비해 10배가량 높았습니다.
특정 연도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의 기대수명은 82.7세로 전년보다 0.9세 줄었습니다. 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땐 일본(84.5세)과 함께 높은 수준이나 1970년 이후 첫 감소세입니다. 2022년 급격히 증가한 코로나19 사망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만성질환 발생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 인구도 증가했습니다. 비만은 생활 습관인 흡연이나 음주와 달리 경제발전이나 생활방식 변화와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경우 2015년 이후 33~34%에서 증감을 반복하다가 2020년 38.3%로 2019년 대비 4.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외부 활동이나 운동시설 이용 등이 제한된 영향입니다. 이후 2021년에는 37.1%로 소폭 줄었으나 2022년 37.2%로 다시 늘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22년 3642만원으로 2021년(3659만원) 대비 0.5%(17만원) 감소했습니다. 국민 재정 상태를 의미하는 가구 순자산은 2023년 3억9018만원으로 2022년(4억2334만원)보다 3316만원 줄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5억4154만원, 비수도권은 3억3250만원으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통계개발원이 22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고연령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쪽방촌에서 노인이 홀로 TV를 보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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