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HMM 매각을 두고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하림·JKL 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끝내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본계약 협상이 무산됐습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HMM 매각 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에 과거 인수전에 나섰던 LX·동원그룹과 최근 해운업 진출을 공식화한 한화그룹까지 인수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각 측(산은·해진공)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매각을 위해 하림그룹의 팬오션과 JKL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전날 자정까지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매각 측과 인수 측의 쟁점은 실질적인 경영 주도권에 대한 견해차입니다.
인수 측은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안'과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안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여달라는 안'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이 요구대로 제한되면 HMM의 현금 배당 제한과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의 조항이 5년 뒤 해지되게 됩니다. 하림 측이 실질적인 HMM 경영권을 담보 받기 위한 요청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매각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4조원에 달하는 HMM 현금성 자산이 인수기업의 '곳간'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에서입니다.
앞서 인수 측은 매각 측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에 대해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입장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영구채가 오는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HMM에 대한 매각 측 지분은 32.8%로 늘어납니다. 반면, 하림의 지분은 38.9%로 줄어들어 HMM 경영권이 위축됩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각 측과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졸속 매각 논란·HMM 실적 상승…신중 노선 택한 매각 측
HMM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기자 매각 측은 보유한 1조6800억원의 영구채를 환금하지 못하고 묶이게 됐습니다. 특히 산은은 최근 태영건설과 롯데건설 등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에 자금을 투입해 유동성이 줄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신 장기화되고 있는 '홍해 리스크'로 해상운임이 급등해 HMM의 올해 실적 상승이 전망되는 점에서 신중 매각 노선을 선택했다는 관측입니다.
글로벌 해상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5일 기준 전주 대비 1.77% 상승한 2217.73p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급등했으나 최근 홍해 지역의 긴장감이 커지면서 한달 새 두배 넘게 뛰었습니다.
업황이 좋아지면 산은은 보유한 HMM 주식의 배당으로 일부 현금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산은과 해진공은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홍해 사태로 HMM의 반사이익이 나타난다면 늘어난 주식으로 배당 수익을 더 걷을 수 있습니다. 또 HMM 노조에서 계속 지적했던 HMM에 대한 졸속매각 논란을 불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HMM노조는 이날 HMM 매각 무산과 관련해 " 인수자측의 무리한 요구로 해운산업계에서는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면서도 "오늘의 결정은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명운을 바꾼 결정이며 산은과 해진공의 전향적인 결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업황에 따라 여유가 생긴 산은과 해진공은 HMM 재매각을 서두르지 않겠단 방침입니다. 지난해 HMM 인수 본입찰에 뛰어들었던 동원·LX인터내셔널은 잠재 후보군입니다. 또 최근 해운업 진출을 알린 한화오션까지 후보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이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친환경 해운사 설립 등 해운업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HMM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당초 끊임없이 제기됐던 현대차와 포스코그룹도 재차 언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무실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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