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작년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건설업계는 자금난으로 인해 부도와 폐업, 공사 중단, 준공 후 미분양 등 위기의 연속입니다.
올해 1월에만 벌써 건설사 10곳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요. 부도 건수 21건, 폐업 신고 2347건에 달한 지난해 건설업 위기가 개선은커녕 갈수록 악화하는 셈이죠. 전국 3500여개 PF 사업장은 금융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향후 공급될 주택의 30~40%는 'PF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쓰러지는 건설사가 늘면서 분양보증과 임대보증 사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HUG에 따르면 작년 발생한 전국의 분양·임대보증 사고는 15건, 사고 금액은 944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2년에는 1건, 57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금액으로 봤을 때 165배 증가했는데요. 계약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고 해도 대출이자 부담과 공사 지연 폐해를 감수해야 하죠. 공사 중단에 따른 협력업체 임금체불도 문제입니다.
분양시장 한파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지방 분양시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죠.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단지가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는 모습인데요. 전국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은 이미 1만 가구를 상회합니다.
최근 순위별 청약에 나선 전북 익산과 강원 강릉 신규분양 단지의 경우 전체 가구 수 대비 10~15%가량만 채워지는 데 그쳤습니다. 대구에선 전체 146가구 가운데 5개월이 지나도록 분양되지 못한 121가구를 공매로 넘겨야 할 정도로 건설업 생태계가 붕괴된 상황입니다.
건설경기 악화는 단순하게 건설업 종사자와 건설사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업은 국내 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만큼 건설경기 하락은 고용과 생산, 소비 등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인력 집약적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건설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건설 자재, 설비, 장비를 비롯해 이사업체, 중개업소 등 여러 산업의 생산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벼랑 끝에 몰린 건설업계. 현 상황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업계에선 건설경기가 '탈출구 없는 터널'로 진입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합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국회의 입법 지원도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도시정비법과 공공주택특별법, 국토계획법 등이 개정되지 않으면 건설사 지원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인데요.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22대 국회 원구성 절차 등에 비춰 빨라야 하반기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큽니다. 건설경기 악화와 더불어 부동산 시장 경착륙 전망이 커지는 만큼 속도감 있는 대책 마련이 긴요해 보입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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