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수입산 열간압연강판(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추진을 놓고 국내 철강업계 간 찬반 논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열연강판을 기초 소재로 쓰는 업체들은 제도를 남용해 편법으로 이익을 얻기위한 목적이라고 거세게 반발 중입니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용광로)를 보유한 기업들은 국내산 열연강판이 수입산 대비 가격 경쟁력이 밀려 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열연강판을 생산 중인 국내 철강사들은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도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수입산 열연강판의 가격은 톤(t)당 80만원대 초반으로 국내산 열연강판 가격 대비 5~10% 저렴합니다. 여기에 지난해 열연강판 수입량도 422만t으로 전년대비 24% 늘면서 중국과 일본에서 유입된 저가 철강재가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철강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문제였던 중국산 열연강판의 품질도 좋아지면서 국내산 제품과의 차이도 사라졌습니다.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열연강판을 찾는 업체들이 많아진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며, 중국산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품질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포스코산보다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포스코의 열연 품질은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 등 기타국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나, 동국제강과 세아제강, KG스틸 등 열연강판을 가공하는 업체들은 수입산 열연강판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결국 독과점 체제가 구축된다며 지적합니다. 국내 열연강판 공급량 약 80% 수준은 포스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연간 약 500만t의 열연강판을 판매하며, 내수 시장에는 300만t 가량을 공급합니다. 만약 향후 수입산 열연강판에 관세가 부과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소재로 사용하는 기업은 독점 기업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더욱이 이번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추진이 과거에 이뤄졌던 수입산 스테인레스강 반덤핑 제소와 유사하다고 설명합니다. 포스코는 지난 2020년 수입산 스테인레스강 반덤핑 제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포스코와 중소기업 간 첨예한 찬반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5.8% 관세가 부과됐고 결국 현재 수입 쿼터 물량까지 내수 가격 수준으로 수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스테인리스강을 유통, 가공하는 업체의 경쟁력이 크게 상실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국산업 보호가 목적인 반덤핑 관세 제도가 독점기업의 이익과 해당 사업부의 성과를 위한 포석으로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5월 당시 스테인리스강 제품 덤핑건을 진두지휘한 포스코 무역통상실 모 인사는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승진했다"며 "이번 열연 반덤핑 제소 검토 건도 과거 제도 남용을 통해 성과를 거뒀던 무역통상실측에서 회장 교체기를 앞두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특정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에서 열연강판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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