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가 12명(내부 5명+외부 7명)으로 좁혀진 가운데 권영수·최중경·정창화 등 3파전 구도로 전개될 전망입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2차전지 사업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이해도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윤석열정부에서 중용되고 있는 MB정부 출신 이력이 주목받습니다.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은 대구 출신에 강경 보수 성향이 부각됩니다.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밀려났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외부 출신, 권영수·최중경 '양강' 구도
25일 재계와 정치권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포스코 차기 회장이 사실상 이들 3명으로 압축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외부 출신으로는 권영수 전 부회장과 최중경 전 장관, 내부 출신으로는 정창화 전 부사장이 유력하다는 전언입니다. 물론, 포스코 차기 회장을 결정할 사외이사들이 용산 대통령실 등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했다는 것을 전제로 이 같은 구도가 가능해집니다.
먼저 권 전 부회장을 살펴보면 LG그룹에서 2차전지 사업을 총괄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지목됩니다. 포스코는 전통적 철강기업에서 2차전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중입니다. 리튬 등 원자재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등 중간소재, 폐배터리 활용까지, 최종 단계인 셀을 제외한 모든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때문에 권 전 부회장이 합류할 경우 포스코의 2차전지 사업은 일대 도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KT의 새로운 수장(김영섭)이 LG 출신이라는 점은 부담 요인입니다. 포스코는 KT와 함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입니다. 낙하산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정기업 출신이 KT와 포스코 수장을 꿰차게 되면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도 있습니다.
최 전 장관은 현 정부 들어 화려하게 부활한 MB정부 출신에 속합니다. 때문에 포스코가 최 전 장관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할 경우 소원했던 정부와의 관계 재정립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정부에서 포스코를 맡았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모두 경제사절단 이름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최 전 장관은 이와 함께 냉철한 성격에 조직 장악력도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관료 출신인 점은 관치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로 지적됩니다.
공교롭게도 권 전 부회장과 최 전 장관 모두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으로 묶입니다. 대통령실을 틀어쥐고 있는 이관섭 비서실장이 이들의 서울대 경영학과 후배입니다. 특히 최 전 장관이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있을 때 이 실장이 지식경제부에서 일했던 인연도 주목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실장이 두 사람에게 다 호의적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습니다.
내부 출신 정창화 주목…호화출장은 발목
내부 출신으로는 정 전 부사장이 사실상 독주하는 분위기입니다. 대구 출신으로 극우 성향 등 현 정권과의 교집합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최정우 회장 체제 들어 중국으로 좌천된 끝에 끝내 퇴임하게 되는 등 핍박받은 이미지도 플러스 요인입니다.
정 전 부사장은 1996년 포스코에 입사해 홍보실장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2019년 차이나 대표법인장으로 이동했다가 2021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복귀했습니다. 2022년 퇴임 직전엔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부사장)을 맡았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정 전 부사장은 정통 ‘홍보맨’인데 중국에서 돌아온 2021년부터 대관업무를 수행했다”며 “정관계에 두루 인맥을 쌓을 기회였다"고 전했습니다.
정 전 부사장 역시 장애물이 존재합니다. 현재 CEO 후보추천위원회 모두 ‘호화출장’ 논란에 엮여 있습니다.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최근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 사내·외 이사 등 8명을 업무상 배임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현재 수사 중인 캐나다 출장 건에 이어 중국 출장 건까지 위협받는 처지입니다. 정 전 부사장도 피고발인 명단에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사건이 기소까지 이어진다면 추후 발목을 잡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도 피고발인 명단에 있습니다. 이들 두 사람 역시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군으로, 특히 정부가 배제하는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측면에서 최종 후보 명단에 포함될 여지가 희박하다는 분석입니다. 포스코는 그간 4대 김만제 회장을 빼고 모두 내부 출신이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게다가 서울대 공대 출신 회장이 다수 배출됐습니다. 김학동 부회장 역시 서울대 금속학과 명맥을 이어갑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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