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김창수 매직
’. 국내 굴지의 패션 회사
F&F(383220)를 이끄는 김창수 회장의 이른바
‘IP(지식재산권) 경영 전략
’을 빗댄 말입니다
. 손 대는 브랜드마다 성공시켰습니다
. 하지만 엔터사업에서 김 회장의
‘매직
’이 깨졌습니다
. 엔터 분야로
IP 사업을 확장하면서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준비한 사업이 첫 발부터 헛다리를 짚었습니다.
F&F그룹의 엔터 사업을 이끄는
F&F엔터 최재우 대표의 미숙한 매니지먼트 기획력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 엔터업계에서는 엔터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을 첫삽 실패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김창수 F&F 대표이사. 사진=F&F
‘IP 경영 매직’ 무너졌다
F&F는 일반인에겐 생소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MLB’ 등 패션 브랜드는 너무도 익숙합니다. 김창수 F&F 회장은 패션과 관계없는 브랜드의 IP를 들여온 후 F&F만의 기획과 콘셉트 스토리를 입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합니다.
김 회장은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협회(MLB)로부터 의류 판권을 획득해 MLB라는 브랜드를 선보였고, 2012년에는 디스커버리로부터 같은 방식으로 판권을 획득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성공의 과실은 F&F의 막대한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F&F의 2022년 전체 매출액은 1조8008억원. 작년에는 3분기까지 1조395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078억원으로 직전년도 온기(5249억원) 수준의 80%에 육박합니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엔터 업계 1위인 하이브의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06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두배 이상의 이익을 기록 중인 셈입니다. 패션업계에서는 F&F의 성장은 김 회장의 IP 기획 경영 산물이라고 평가하는데요.
IP 경영에 대해 쉽게 생각했었을까요? 계속된 승승장구는 오만으로 발현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패의 신호는 F&F 메인 동력인 IP기획을 엔터에선 접목하면서 나타납니다.
최재우 F&F엔터 대표. 사진=F&F
F&F엔터 최재우 대표, 미숙한 매니지먼트 기획력
F&F그룹이 엔터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도전한 첫 번째 기획은
‘유니버스 티켓
’입니다
. SBS(034120)와 함께 준비한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생 엔터 업계 약점인
IP 홍보 효과를 노릴 계획이었습니다
. 결과는 처참합니다
. 작년
11월 첫 회가 나간 뒤 지난
17일
10회로 막을 내린
‘유니버스 티켓
’은
1회가
1% 시청률을 겨우 넘긴 뒤 이후에는 줄곧
0%대를 기록했습니다
.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란 측면에서 화제성 제로의 평가가 나옵니다
. K팝 근간인 아이돌
, 아이돌 근간이 되는 팬덤
, 팬덤의 근간이 되는 '화제성'에서 철저히 외면 받은 겁니다
.
엔터업계에서는 F&F그룹 엔터 사업을 이끄는 최재우 대표의 매니지먼트 기획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데요. 최 대표는 카카오엔터에서 음악 콘텐츠 투자유통전문가로 재직해 왔습니다. 그가 역량을 발휘해 온 분야는 드라마 OST 작사인데요. ‘별에서 온 그대’, ‘시크릿 가든’,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한류 드라마 OST 앨범 기획과 프로듀싱 작사에 참여하면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때문에 그가 작년 초 F&F엔터 대표로 합류한 것부터 물음표가 붙습니다. 매니지먼트가 메인이 되는 기획사 대표로서의 검증이 전무해서인데요. F&F 관계자는 “유니버스 티켓은 내부적으로 실패라고 보지 않으며, 현재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최재우 대표가 시즌2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셀트리온의 향기가 난다
패션 회사
F&F의 느닷없는 엔터 사업 진출은 과거 비슷한 과정을 거친 한 회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 제약회사
셀트리온(068270)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 선례인데요.
한때 포브스가 발표한
‘국내 부호
1위
’에 오를 정도로 막강한 재력을 갖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일까요
. 셀트리온은 계열사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2019년
2월 창립작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을 선보였습니다
.
‘자전차왕 엄복동’의 성적표는 참담했습니다. P&A 비용까지 포함해 15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의 최종 관객 스코어는 17만2223명(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손익분기점 400만명의 25분의 1 수준입니다.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아마추어적 프로듀싱과 배우 이범수의 미숙한 제작능력이 결합한 결과물이었습니다.
F&F엔터에서도 셀트리온의 향기가 납니다. ‘유니버스 티켓’의 제작비는 100억원 규모인데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F&F 측은 ‘유니버스 티켓’이 성공적이었다며 자평 중입니다.
F&F측은 “시청률은 방송사 몫일 뿐 멤버 선발을 위한 결과물에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성은 충분하다”며 “‘라코이(방송 콘텐츠 가치정보 분석 시스템)’에서 예능 부문 2위에 오를 정도로 큰 화제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니버스 티켓’ 마지막회가 방송된 지 6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이들에 대한 홍보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에선 걸그룹 ‘다이아’의 멤버 ‘유니스’가 대표로 검색될 정도입니다. F&F엔터의 매니지먼트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비 엔터 산업군이 엔터 산업 화제성에 기대 무리하게 뛰어드는 경향이 많다”면서 “주력 상품 홍보 수단으로 엔터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눈에 띄는데, 이 산업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유니버스 티켓’ 첫 방송 직후인 작년 11월 20일 F&F의 한국거래소 마감가는 8만710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회 방송 직후 종가는 7만900원입니다. 시가총액으로만 이 기간 동안 무려 6206억원 가량이 사라졌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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