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RA 대응 등 '생산시설 현지화'…일자리·지역경제 '흔들'
지난해 플랜트 수주액 302억달러
최근 8년간 최대치…전년비 25%↑
증가 요인 '미 IRA 대응' 등도 꼽혀
지역 산업 공동화에 지역경제 우려
"국내외 산업 전략 세울 필요성"
2024-01-08 16:03:46 2024-01-09 00:09:27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등 국내기업들의 생산시설 '해외 현지화'로 '지역 산업 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 산업 공동화'란 한 산업을 구성하는 지역 경제가 다른 국가로 이동할 경우 지역 거점 산업이 점차 소멸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특정 기업의 경우 미국 생산량은 늘리면서 국내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줄인 사례가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랜트 수주액은 총 302억3000만달러 규모입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60억5000만 달러 증가한 수준입니다. 비율로는 25% 늘어난 금액입니다. 
 
플랜트는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기계·장비 등 하드웨어와 그 설치에 필요한 설계·시공·유지·보수가 포함된 융합 산업을 말합니다. 즉, 생산 설비(공장) 또는 생산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랜트 수주액은 총 302억3000만달러입니다. 이는 전년 대비 60억5000만불 증가했으며, 비율로는 25% 늘어난 금액이다. 그래픽은 지난해 지역별 플랜트 수주 동향. (그래픽=뉴스토마토)
 
국가별로 보면 중동지역의 플랜트 수주가 가장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액은 114억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3% 급증했습니다. 중동지역이 전체 플랜트 수주액 중 차지하는 비율은 37.8%입니다. 
 
중동에 이어 많은 금액을 수주한 지역은 미주입니다. 지난해 미주지역 플랜트 수주액은 101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4.2% 늘었습니다. 전체 플랜트 수주액 중 미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3.5%에 달합니다.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액 급증 배경은 사우디에서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초대형 프로젝트가 수주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주의 경우는 미 IRA 대응을 위한 국내기업의 생산 현지화에 따라 자동차, 배터리 공장 건설 등이 증가 요인입니다.
 
문제는 미 IRA처럼 해외 자국 우선주의 요인으로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국내 일자리와 지역경제는 위협을 받게 됩니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안덕근 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화큐셀의 경우 글로벌 생산계획 조정에 의해 미국 생산량을 늘리면서 음성 공장 생산라인은 거의 가동을 중단했다"며 "생산근로자 희망퇴직을 받는 등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2월 고금리 기조로 태양광 수요가 크게 위축되며 판매부진을 겪고 있어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바 있습니다. 판매량 감소에 따라 지난해 3분기부터는 음성공장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반면 미 IRA 시행을 계기로 현지생산에는 거점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 IRA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할 수가 없다.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글로벌 시장 흐름은 자국 생산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지 생산화가 늘어나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공장에선 가동률이 줄어들 수 있다"며 "'국제 분업' 시대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나라도 국내외 산업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미 IRA 관련 기업들은 국외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설비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지역경제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수출이 지속 증가하고 있기에 국내 생산량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랜트 수주액은 총 302억3000만달러다. 이는 전년 대비 60억5000만불 증가했으며, 비율로는 25% 늘어난 금액이다. 사진은 한 제조공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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