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총수일가 비상장사에 내부거래가 쏠렸던 과거에 비해 사업지주(비순수지주) 거래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날 공정위는 총수일가 또는 총수 2세 지분이 높을수록 내부거래도 높고 증가폭도 컸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업지주가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풀이돼 경제력집중, 부당거래 여부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계열사에 대한 투자 지분만 관리하며 배당과 임대수익, 컨설팅수익 등이 발생하는 순수지주회사와 달리 사업지주는 자체 사업을 영위합니다. 계열사간 수직계열화된 구조로 인해 이런 사업지주는 내부거래가 늘어나게 됩니다. 지주사는 지배구조상 소유구조 정점이라 총수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모여 있는 만큼 총수일가 또는 총수 2세 지분과 내부거래가 비례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 중 사업지주인 SK의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이 2조8347억원으로 전년 2조3339억원에서 5008억원 증가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습니다. 2021년에 84.8%, 2022년에 84.1%를 기록해 전체 매출이 늘어나는 것과 내부거래가 비슷하게 늘어났습니다.
또다른 사업지주인 한화는 같은 기간 3404억원에서 4119억원으로 715억원 늘었습니다. 다만 비중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인 12%를 넘지 않았습니다. 2021년 8.6%에서 2022년 10.6%로 2%포인트 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업지주인 두산은 내부거래 매출이 5441억원에서 3651억원으로 1790억원 감소했습니다. 비중은 높은 편이지만 56.2%에서 33.8%로 22.4%포인트 줄었습니다.
공정위는 "전체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에 대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이 크다는 것만으로 부당 내부거래 소지가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럼에도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 간 비례적 상관관계가 지속되고 내부거래 관련 수의계약 비중이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모니터링 필요성은 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지주사들이 ESG경영과 사회환원 등의 방침을 내세워 배당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데 내부거래는 배당이익의 원천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수혜에도 지주사는 흔히 디스카운트 현상으로 가치가 저평가 돼 왔습니다. 때문에 주주들 사이에선 승계를 위한 자금줄이란 불만도 나옵니다.
부당거래 여부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등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또 공정위는 부당거래를 적발해도 관여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총수일가에 대해선 고발하지 않는 사례가 몇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봐주기 논란도 번지자 공정위는 부당거래 적발 시 법인을 고발하는 경우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고발하는 공정거래법상 고발지침 개정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검토 중”이라며 “검토 결과에 따라서 이례적으로 폐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론 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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