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어떤 뉴스를 보여줄 건지 우리가 결정합니다?
2023-12-06 06:00:00 2023-12-06 06:00:00
포털 사이트 다음이 갑작스럽게 뉴스 검색 옵션을 바꾸면서 1000개 이상 언론사들이 검색 결과에서 사라졌다. 포털과 언론사의 제휴는 ‘검색 제휴’와 ‘콘텐츠 공급(CP) 제휴’로 나뉘는데 지난달 22일부터 디폴트 옵션이 ‘전체 언론사’에서 ‘뉴스제휴’로 바뀌었다. 이런 옵션이 있는 줄도 모르는 이용자들이 대부분이라 검색 제휴 언론사들은 접근성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본다. 
 
첫째, 바뀐 방식을 이용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게 다음의 설명인데 애초에 그 비율이 문제가 아니다. 독자들에게는 최대한 많은 언론사 기사 가운데 최적의 검색 결과를 찾아보는 게 가장 좋다. 검색 품질의 문제일 뿐 언론사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둘째, 이용자들이 인링크 기사를 더 많이 클릭하기 때문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이용자들의 선택일 뿐 아웃링크 언론사들을 배제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인링크는 포털 안에서 기사가 열린다는 말이고 아웃링크는 클릭하면 언론사 웹사이트로 방문한다는 말이다.) 
 
셋째, 많이 보든 적게 보든 모든 기사는 공론의 장에서 경쟁하는 것이고 포털 사업자가 클릭 수를 기준으로 임의로 언론사 노출을 허용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 검색의 우선 순위를 판단하는 것은 포털의 역량과 재량이지만 애초에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넷째, 마이너 언론사들 기사 품질이 떨어지니 메이저 언론사 기사만 모아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라면 얼마든지 반론이 가능하다. 메이저 언론사 기사 가운데서도 부실한 기사가 많고 마이너 언론사 기사 가운데서도 좋은 기사가 충분히 많다. 단순히 검색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여론 다양성의 문제다. 메이저와 마이너, 주류와 비주류, 대형 언론과 군소 언론의 차이는 기사의 가치와 무관하다. 
 
다섯째, 기사가 너무 많아서 진짜 중요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라면 알고리즘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무엇이 더 중요한 기사고 어떤 기사가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는가 판단하고 우선 순위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게 포털의 역할이고 책무다. 언론사에 임의로 등급을 부여하고 노출을 제한하는 것은 포털의 공적 책임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언론 통제와 여론 검열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여섯째,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일련의 변화가 포털이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정치권의 피해의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데가 뉴스버스였고 김건희(대통령 부인)의 쥴리 논란도 뉴스버스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아크로비스타 전세 자금 의혹은 열린공감TV가 처음 보도했고 양평고속도로 논란은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촉발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세훈(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생태탕 논란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주도했다.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뉴스토마토 보도였다. 열린공감TV가 보도한 김앤장 술자리 논란처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보도도 있었지만 모두 언론의 권력 감시와 비판의 영역에 있는 기사들이다. 수많은 단독 보도와 탐사 보도를 쏟아낸 뉴스타파 역시 이런 기준으로 보면 마이너 언론사고 검색 제휴에서 콘텐츠 제휴로 옮겨간 지 몇 년 안 됐다.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역시 취재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윤석열이 검사 시절 대장동 불법 자금 대출 수사를 무마했느냐는 의혹은 여전히 해명돼야 할 부분이다. 
 
일곱째, 최소한의 의견 수렴과 논의가 생략됐다는 것도 큰 문제다. 단순히 포털 서비스 개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의 문제다. 다음의 검색 개편이 정치권의 압박의 결과라면 네이버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1000개 이상의 언론사를 한꺼번에 공론의 장에서 퇴출시키는 판단을 포털 사업자가 임의로 할 수 있나. 
 
정당한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매도하는 게 위험한 것처럼 기사의 가치 판단을 포털 사업자의 제휴 등급으로 나누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끌벅적한 것이다. 품격 있는 언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언론도 물론 있다. 정파적인 언론도 있고 완결성이 떨어지는 보도도 많다. 뉴스가 너무 많아서 진짜 중요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불만도 많다. 하지만 선택과 판단은 어디까지나 이용자의 몫이고 디폴트는 언제나 ‘전체 언론사’여야 한다. 민주주의와 상식의 문제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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