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시장 위기감 고조…인적쇄신 칼 뺀 유통가
신세계 이어 현대백화점그룹, 주축 계열사 대표 대거 교체
이달 말 예고된 롯데도 대대적 조직 개편 불가피할 듯
이커머스 시장 확장에 따른 위기감…반강제적 미래 성장 대비 환경 놓여
2023-11-06 06:00:00 2023-11-06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신세계를 비롯, 현대백화점그룹까지 핵심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가에 인적쇄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내실을 다지되 급변하는 업황에 발맞춰 그룹의 미래 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에서 이 같은 인사 단행에 나섰다고 설명했는데요.
 
업계는 이미 유통 산업의 중심축이 이커머스로 빠르게 기운 상황에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로도 오프라인 시장이 좀처럼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하자, 업체들이 사령탑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달 2일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장 1명, 부사장 1명을 포함해 승진 17명, 전보 23명 등 총 40명에 대한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인사의 경우 인사폭은 총 52명의 임원 인사가 있었던 작년보다 축소됐지만, 주요 계열사 대표가 새롭게 내정된 것이 특징인데요.
 
그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대표를 맡았던 김형종 대표가 물러나고 정지영 사장이 새로 선임됐습니다. 정지영 사장은 1991년 입사한 이래 현대백화점에서만 근무한 백화점 전문가로 영업전략에 조예가 깊은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아울러 실적 부진을 겪어온 현대홈쇼핑도 임대규 대표에서 한광영 부사장으로 교체됐고, 현대L&C 대표 자리에는 정백재 전무가 새롭게 내정됐습니다.
 
그간 현대백화점그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인사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이에 이번 인사에는 최근 시장 상황 및 경영 위기감에 대한 의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일부 계열사 대표 교체와 관련해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분야에 대해서는 변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9월 신세계그룹은 가장 먼저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섰는데요. 당시 신세계는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의 약 40%를 교체했습니다.
 
특히 그룹의 양 축을 형성하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모두 교체했습니다. 이중 컨설턴트 출신 외부 인사로 최초 이마트 수장에 오른 바 있던 강희석 전 이마트 겸 SSG닷컴 대표가 물러난 점은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달 말 전후로 예정된 롯데그룹의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의 임기 만료 시점은 내년 3월인데요.
 
주축 산업인 유통 실적의 흐름이 좋지 않은 데다 재계 순위도 5위에서 6위로 밀리는 등 전반적인 경영 위기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특히 사업군별로 운영되는 헤드쿼터(HQ)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어, 이번 인사에서 대대적 조직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한 유통 업계 전문가는 "의식주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유통 산업은 그간 꾸준한 소비자와의 접점 형성으로 인해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고, 이에 따른 기업들의 대규모 인사도 흔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산업 흐름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반강제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현재 경쟁에서 밀리면 자칫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내줄 수 있는 만큼, 대대적인 경영 쇄신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내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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