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1년 유예를 연장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첨단 칩을 생산하면서 미국의 중국 제재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장비 반입 연장 소식에 일단 다행이라고 했던 우리 기업들도 미 상무부의 최종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장비 반입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제재를 담당하고 있는 미 상무부는 조만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제조 장비 반입 규제 여부를 최종 결정해 해당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안보를 이유로 △18나노((1nm는 10억 분의 1m) D램 △128단 낸드플래시 △핀펫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보다 기술 수준이 높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려면 미 정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 동안 별도 허가 없이 장비 반입을 허용했으며, 다음 달이면 그 유예가 만료됩니다.
최근 외신은 미 상무부가 삼성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공장에 장비 규제 유예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가 당분간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또 미 상무부가 이번 통제 방안에는 지난번처럼 1년 유예가 아닌, 무기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는 일단 다행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미국의 제재를 3년 가까이 받아왔던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선단공정의 7나노 기반의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공개하면서 중국이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칩을 생산해 향후 미국의 중국 제재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대두됐습니다. 이에 삼성·SK도 “끝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가 경제 안보의 핵심 사안인 만큼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으로 우리 기업들이 양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다음 달이면 1년 유예가 끝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미 정부의 장비 반입 규제 유예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등장이 삼성과 SK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연장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7나노 칩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생산한 것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운영 중인 메모리 반도체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과 인텔에서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운영 중인 중국 공장은 메모리 반도체여서 파운드리 영역인 화웨이 7나노칩 등장이 주는 영향은 적어 유예는 될 것 같다”면서 “다만 중국 업체들이 제3국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칩을 공급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미국은 이 부분에서 규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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