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이냐 김동관이냐…8조 KDDX '운명의 2주'
9월초 방사청 분과위서 사업방식 결정
기술위, ‘수의계약’ 결론…HD현대 가닥
2025-08-22 14:58:54 2025-08-22 15:42:5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법적 분쟁과 방산 비리 논란으로 얼룩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사업자 선정 방식이 2년간의 표류 끝에 조만간 매듭지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세계 최초 자국형 구축함의 탄생을 앞두고 양사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사업은 10년간 지체됐습니다. HD현대 정기선 부회장과 한화 김동관 부회장의 ‘오너 3세’ 간 자존심 대결로도 불린 이번 수주전은 전문가들이 ‘HD현대’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입니다.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
 
22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내달 초 사업방식 선정 분과위원회를 열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당초 오는 28일 열리는 분과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한미 정상회담 등의 이유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분과위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진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최종 확정하면 연내에는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K-함정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36개월간 수행한 기본설계를 완료한 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했습니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앞둔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사업은 무기한 지연됐습니다.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에 따르면 기본설계 주관 기관이 계속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업체가 사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를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은 관행에 따라 기본설계를 맡은 자사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도 수행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문제로 인해 새롭게 경쟁 입찰로 진행하자는 주장입니다. 
 
지난 14일 열린 방사청 KDDX 기술자문위원회는 ‘수의계약’ 방식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DDX에 반영된 기술과 관련해서도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수의계약 결론을 방추위가 뒤집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전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사업과 달리 국방 사업은 군사기밀 유출 우려 때문에 기본설계를 한 측이 다음 단계를 이어가는 것이 관례”라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스가’라는 국가 단위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양사의 갈등은 미국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해군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미국은 한국형 구축함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이지스 시스템없이 순수 한국 기술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미래형 해군 구축함을 빨리 개발하고 건조에 착수하는 게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부가 이번에는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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