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1위 철강사
포스코(005490)의 철근시장 진출이 임박하면서, 기존 철근사업을 영위 중인 철강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뺏길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국내 철근 시장이 이미 공급 과잉인 데다가 건설 경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포스코의 행보가 산업 퇴행적이라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부터 포항제철소 내 선재(봉 모양의 강재로 주로 철사의 소재) 설비 1기로 코일철근 생산과 판매 작업을 본격 준비 중입니다. 연간 70만톤(t)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포항제철소 내 선재 설비는 4기로 지난해 태풍 '힌남로' 피해를 모두 복구해둔 상태입니다. 앞서 포스코는 철근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5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KS 인증을 획득했고 그 다음달인 6월 제품설명회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코일철근은 둥글게 말린 모양의 철근입니다. 일반 직선철근과 달리 코일을 풀어 필요한 만큼 잘라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이처럼 제품 손실이 적으며, 적재 또한 편합니다. 다만, 직선철근 대비 가격이 t당 3만~4만원 더 비쌉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철근 시장에 뛰어든 건 최근 철근 가격이 오름세로 전개되고 있고, 제철소 내 전기로보다 고로(용광로) 비중이 높아 생산 비용 부담이 적어서입니다. 업계는 현재 추산된 포스코의 공급량이 많지 않지만, 향후 철근 사업을 확장해 생산량을 더 늘릴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철근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경쟁 업체들의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국내 철근 시장이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국내 철근 생산력은 1200만t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간 1000만t 가량만 생산할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철근 국내 판매량은 966만6000t에 그쳤습니다. 더군다나 주 수요처인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철근 수요는 약 950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기존 코일철근을 만드는 업체들은 포스코와도 경쟁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기존 철근코일 시장은
동국제강(460860)과
대한제강(084010)이 차지해 왔습니다. 여기에 포스코의 철근코일 사업으로 시장 점유율이 더 낮아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에선 포스코의 철근코일 사업이 철강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철강을 지향하는 국내 철강사들의 경우 선도기업 위치에 있는 포스코는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술발전을 이끌어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포스코가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않고 유휴설비를 돌려 탄소배출형 철근을 생산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탈탄소 사업을 몰락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같은 지적이 잘못됐다며 해명했습니다. 먼저 유휴설비를 통한 생산이 아니라 선재 공장의 생산 여유분을 활용해 철근코일을 만든다는 겁니다.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추가로 늘어난다는 점도 관계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소 가공업계와 건설업계는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을 반기고 있다는 전언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철근코일 생산과 판매로 중소 가공업체와 건설사들은 거래처 다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산업 발전 측면에서 상당기간 정체된 원가절감에 대한 고민과 품질 및 서비스의 향상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국제강 코일철근 제품. (사진=동국제강)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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