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아버지 모하시노?!”
영화 ‘친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교사가 부모의 직업을 물어보며 학생을 때리는 장면에서 다들 얼굴을 찌푸렸지만 “왜 이렇게 비현실적인 장면이 나오지?”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대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의 인권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대였고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던 때였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지금은 학교에서 과거와 같은 체벌이나 욕설, 또는 과도한 훈육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 최근 영화에서는 잘못한 학생을 훈육하려는 교사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교실 내 학생들의 모습이 나온다. 정당하고 적절한 방법의 교육이나 훈육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공교육이 조금씩 무너지고 교권이 추락하더니 너무나 슬프게도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실 이번 한번이 아니다. 교육부에서 취합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부터 2023년 6월말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하여 숨졌다고 한다. 원인이 파악된 30명 중 절반 이상이 '우울증·공황장애'로 인한 것이라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붕괴된 공교육, 그리고 추락한 교권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학생의 인권이 두텁게 보호되고 존중되는 과정에서, 동시에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권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학생인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직접적으로 교권을 붕괴시킨 것처럼 생각하거나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인권을 덜 존중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은 비율이 무려 42.8%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서로 양립 불가능한 권리라고 볼 수 없고 서로 공존하고 조화롭게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다. 교권과 학생의 인권이 서로 대립되는 권리라고 생각하거나, 학생 인권 강화로 교권이 무너졌기 때문에 학생의 인권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다.
교권이 무너지면서 다양한 법적, 정책적 방안이 나오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 ‘학교폭력예방법’ 등을 개정하여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의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등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학생 또는 학부모의 교권 침해 가해 이력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게 ‘교원지위법’을 개정하거나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무너진 교권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거나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향 또는 아직 미성숙한 학생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가하는 방향으로 그 해결책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교사가 학생에 대한 교과 지도 및 생활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업무나 기타 부수 업무를 맡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인 점을 고려하여 학교 내에서 정신적 심리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가 본인의 교권을 침해 받는 경우 공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창구를 만들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잡는 식의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2023년도 교육부 예산안 규모는 약 102조 원으로 적지 않다. 교육을 받는 주체인 학생들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사용하는 것 역시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교육을 하는 주체인 교사들의 교권 신장 및 교육할 수 있는 환경, 참 스승으로서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교사의 권리에 조금 더 비중을 두어 예산을 편성하고 사용할 때가 되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이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 학생들 역시 키팅 선생님을 위하여 책상 위로 올라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중을 표하는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가. 우리 교실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상호 존중하고 존경하는 키팅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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