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포니를 개발하면서 축적된 정신적, 경험적 자산이 오늘날의
현대차(005380)를 만들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전시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첫 독자 개발 모델 '포니'의 의미를 강조한 말인데요.
지난 7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전시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1975년 12월 양산에 들어간 포니는 이듬해 출시 이후 1985년 단종되기까지 국내 1위 모델을 수성하며 자동차를 대한민국 주력 수출 품목으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포니는 현대차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정의선 회장도 "변화와 성장은 불과 반세기 전 대한민국의 첫 독자 모델 포니를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자동차 산업으로 국가의 공업 기반을 다지면 훗날 비행기 등 첨단 기술 영역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예견하신' 창업주(정주영 선대회장)의 혜안과 모든 열정을 쏟아 꿈을 실현한 과거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가 최근 포니를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2021년 아이오닉5를 처음 선보였을 때 포니를 오마주한 디자인을 반영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포니쿠페'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고성능 콘셉트카를 공개했습니다. 또 포니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도를 한국으로 초청해 유실된 '포니쿠페'를 복원하기로 했고 지난달 복원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사실 포니는 현대차가 강조하기에 껄끄러운 존재였습니다. 그룹의 적통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데요.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은 1967년 현대차를 설립했지만 이후 경영을 넷째 동생인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에게 맡겼습니다. 포니의 성공으로 '포니 정'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정주영 선대회장의 장자인 1999년 정몽구 전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주게 됩니다. 정세영 전 명예회장은 처음엔 우호 지분을 모아 정몽구 측 인사들의 이사 선임을 저지하는 등 현대차 경영권을 놓고 싸우려 하기도 했습니다.
'포니의 시간' 전시장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이후 정몽구 전 명예회장은 2000년에 동생인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적통' 자리를 두고 '왕자의 난'을 벌인 끝에 현대차 계열 회사만 들고 나와 '홀로서기'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포니 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현대차를 오랫동안 경영한 정의선 회장의 작은할아버지, 정세영 전 명예회장의 흔적도 적지 않게 부담이 되는 요소였죠.
하지만 분위기가 바뀐 것은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고 경영권을 물려받고 나서입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정주영 선대회장은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 국토에 도로를 재건했고 정세영 회장은 그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정몽구 명예회장은 기술 독립과 풀라인업 완성을 통해 현대차를 글로벌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전기차 퍼스트 무버'를 앞세워 자동차 이외에도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강조하는 동시에 '진짜 역사'인 포니의 신화도 아울러 언급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업계는 포니 정신을 통해 오늘날 현대차가 고성능 수소전기차 분야를 개척하고 전기차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행보를 이어가는데 큰 경험적 자산이 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포니의 시간' 전시장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시선은 전동화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로 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시장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를 83만대로 설정하며 지난해 목표 대비 54% 확대했습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의 글로벌 판매 본격화, 아이오닉 5 N 및 2세대 코나 EV 등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의 행보는 미래 영역에서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메타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을 포괄하는데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원천기술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지난해 보다 다양한 전기차가 나오면서 세계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 됐다"며 "로봇, UAM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단순한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대표 기업으로 치고 나가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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