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 개선으로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의 출고 기간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말 일부 모델의 경우 30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는데 현재는 최대 1개월까지로 짧아졌는데요. 하지만 고금리 등을 이유로 일부 고객이 계약을 보류하거나 취소한데 따른 영향도 커 현대차·기아의 올해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6.(사진=현대차)
7일 현대차·기아의 6월 납기표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 6의 출고 기간은 1개월입니다. 지난 1월 16개월에서 1년 이상 줄었습니다. 특히 고객 출고 보류, 취소분 등을 반영하면 즉시 출고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역시 각각 1.5개월, 2개월로 짧아졌습니다. 전기차 외에 다른 차종도 대기 기간이 대폭 줄어들었는데요. 아반떼 1.6 가솔린 모델은 3개월,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은 2개월에 불과합니다.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표격인 싼타페와 팰리세이드도 3주면 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30개월 이상 기다려야했던 GV80(2.5 가솔린)은 4개월로 단축됐습니다.
업계는 출고 기간이 대폭 짧아진 것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생산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적체 현상이 심했던 신차 대기 수요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다만 고금리로 인한 판매 여건 악화는 변수입니다. 자동차 할부 금리 상승은 신차 출고 기간을 앞당기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신차 인도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 초 연 2~3%(36개월 기준) 수준이던 신차 할부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현재 연 5~6%대로 높아졌습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반기에는 출고 기간이 더 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 EV9.(사진=기아)
또 차값 인상 행진 역시 수요 위축에 영향을 줘 출고 기간을 단축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대차·기아는 하반기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포함, 11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할 예정인데요. 대부분 부분·완전 변경한 신차로 가격인상은 불가피합니다.
생산은 원활해졌지만 수요가 위축돼 재고가 쌓일 경우 올해 현대차·기아의 실적에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현대차·기아는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량 감소를 두터운 수요에 기반한 가격 인상으로 방어하며 호실적을 기록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각각 9조8198억원, 7조23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양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다만 고환율 덕을 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환율 효과가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현대차가 올해 판매 목표(432만대)를 전년 대비 9.6%나 높게 잡았습니다. 이 중 내수 판매 목표는 지난해(68만8884대)보다 약 10만대 늘어난 78만1000대입니다.
현대차·기아는 생산을 늘릴수록 재고 쌓이는 상황인 만큼 생산량을 조절하며 대응 나선다는 방침인데요. 수요와 생산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판매량 목표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올해 국내 시장은 2년 연속 감소의 기저효과로 인해 소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나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소비 여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며 "코로나19와 공급망 차질로 한계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내수 위축으로 인해 경영 악화가 가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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