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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1일 18: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완성차 업체 호황에 따라
화신(010690)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나, 재무구조 개선과 신용등급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과 배터리 케이스 신사업을 위한 비용 탓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화신은 올해 2분기 내 만기가 도래하는 장·단기차입금이 약 936억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3월8일 경북 영천에 전기차용 배터리팩 케이스 생산공장 건설을 위해 388억원 투자 결정을 내렸는데, 기보유한 현금성자산과 현금흐름을 고려했을 때 추가 차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신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금액 대부분은 만기연장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케이스 투자를 위한 일부 금액은 정부 지원금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을 통해 부담을 덜고 있다.
완성차 호황에 영업현금흐름은 개선 중
화신의 주력 사업은 자동차 샤시부품이다.
현대차(005380) 및
기아(000270)차의 1차 협력사로서 오랜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이 회복됨에 따라 화신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화신의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은 4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0%, 영업이익은 279억원으로 156.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6.0%로 나타났는데, 2018~2022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1.3% 수준임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개선된 셈이다.
특히, 전기차 성장과 SUV 호조에 따라 차체 뒷부분에 적용되는 샤시 판가가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30% 향상됐고, 화신이 100% 샤시를 공급하고 있는 제네시스 역시 경량화 이슈로 판가가 10% 상승하면서 전망도 밝다.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조정영업현금흐름(OCF) 역시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해 1분기 40억원의 유출이 있었으나 2분기부터 394억원 유입으로 전환했고 올해 1분기에는 449억원을 OCF로 끌어모았다. 현금성자산은 2021년까지 700억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1133억원으로 늘렸고, 올해 1분기에도 1485억원으로 확대됐다.
차입금 만기 연장·신사업 CAPEX 확대로 재무개선엔 시간 걸릴 듯
실적이 회복되면서 신용등급 회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3월 말 제시했던 등급 상향 검토 요인 중 영업이익률 3% 이상과 순차입금의존도 30% 이하 기준을 올해 1분기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화신의 1분기 기준 순차입금의존도는 26.8%로 나타났다.
다만, 나신평은 지표가 안정적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를 추가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화신이 외부로부터 조달한 차입금의 만기도래가 대부분 올해 상반기에 몰려있어 당분간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주된 해석이다.
화신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내 만기가 도래했거나, 만기를 앞둔 단기차입금은 871억원, 장기차입금은 65억원이다. 이 중 인도법인을 제외한 국내법인, 베이징법인, 브라질법인의 만기일은 4~5월로 이미 지났다. 차입처는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일반 시중은행들이다. 인도법인이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대출만기는 이번달 말까지다.
3분기에도 국내법인과 해외법인의 단기차입금 990억원의 만기도래가 예정돼 있다. 산업은행 뉴욕지부에 갚아야 할 장기차입금도 13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화신은 경북 영천에 신사업인 배터리 케이스 공장 신설을 위해 388억원 투자도 결정했다.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인데, 향후 2년 간 약 1400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경상적인 CAPEX가 매년 500억~600억원임을 고려하면 잉여현금흐름(FCF)을 통한 차입금 감축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실적 개선으로 수익성이 회복됐다고는 하나 번 돈보다 갚거나 써야 할 돈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김나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수익성이 개선됨에 따라 현금창출력이 제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산업 진출에 따른 CAPEX 증가로 차입 부담이 재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의미 있는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대출은 대부분 연장…신보에서 끌어온 P-CBO 일부 상환 및 차환
화신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조달받은 금액도 갚아야 한다. 2019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강등됨에 따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용보증기금(신보)으로부터 사모사채(P-CBO)를 통해 2020년 5월과 6월에 걸쳐 250억원을 조달했다. 5월에 조달한 200억원은 이미 만기일이 지났고 50억원도 오는 6월25일이 만기일이다.
화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보에서 조달한 금액 중 30%는 상환, 나머지는 차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한 금액은 대부분 만기연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자비용인데, 국내법인의 은행대출 이자율은 대부분 5~6%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해외법인의 부담은 더 큰데, 인도법인의 우리은행 대출금리는 9.52%, SCB 일반대출금리도 8.73%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4%가 늘었다.
배터리 케이스 투자금의 경우 정부자금을 일부 조달하면서 부담을 덜어낼 계획이다. 화신 관계자는 "30%에 가까운 정부 지원금이 따로 있고 산업은행에서 차입을 진행하고 있어 조달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신평은 화신의 재무부담과는 별개로 유동성 위험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보유 자산을 활용한 대체자금 조달능력, 안정적인 영업현금 창출력과 우수한 차입금 커버리지, 현대자동차그룹 1차 협력사로서 양호한 대외 신인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서 자본시장 접근성 등을 감안할 때 자금소요에 원활한 대응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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