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이동통신(MNO)로부터 망을 임차해 재판매하는 알뜰폰(MVNO)이 도입된 지 1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채 통신3사의 경쟁주체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과 규모의 경제를 갖춰 알뜰폰이 통신3사와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방법을 찾는 동시에 통신자회사에 집중된 점유율 제한까지 살피겠다다는 계획입니다. 필요하다면 규제의 칼날까지 겨누겠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알뜰폰 사업자 79개…연매출 100억 미만이 75%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MNO의 망을 일부 또는 전부를 임차해 이용자에게 통신서비스로 재판매하는 도매제공이 도입된 이후 시장에 진입한 알뜰폰 사업자는 79개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현재 1306만명의 알뜰폰 가입자를 확보하며 통신시장 전체에서 알뜰폰 점유율을 16.9%로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알뜰폰 매출은 통신 자회사로 집중돼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연매출 500억원 이상인 사업자 수는 4곳, 1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사업자는 19곳에 불과합니다. 75% 사업자가 연매출 100억원 미만에 머물러 있습니다.
10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10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에서 "통신자회사 말고도 독립된 사업자들의 규모가 커져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도록 시장이 변화해야 한다"며 "M&A 활성화 등 정책적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박 차관은 최근
LG유플러스(032640)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당시 이 회사의 알뜰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점을 언급하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사업자들이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통신자회사만 가능한 규모의 경제…자회사 점유율 제한도 숙고
규모의 알뜰폰 사업자를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면 통신자회사의 점유율을 제안하는 것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박 차관은 "통신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점유율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우리 통신시장 전체로 봤을때 건전한 시장 만들고 있느냐의 의문도 제기된 상태"라며 "자회사들의 점유율을 제한에 대한 법안도 발의된 상황인데, 이러한 것을 포함해 전체적인 통신시장의 건전한 활성화와 생태계 측면에서 대안을 논의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사진=뉴스토마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통신자회사 점유율과 관련된 법안으로는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각각 통신3사 자회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과 통신 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을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입니다. 김영식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숫자를 대통령령으로 제한하고 알뜰폰 의무 도매제공 사업자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양정숙 의원의 개정안은 통신3사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도매제공 방식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도매제공 대가 산정 방식이 리테일 마이너스 형식, 딱 한가지로 법에 규정돼 있어 혁신적인 알뜰폰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다는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입니다. 리테일 마이너스는 소매 단가에서 마케팅, 유통비 등의 비용을 제외하는 방식입니다. 도매제공을 하는 MNO에 유리한 내용입니다. 박 차관은 "알뜰폰 사업은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와 도매제공 대가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해보인다"며 "다양한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국회와 협의해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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