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지난해 증시 불황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둔 데다 금융 당국의 제동으로 증권사들의 배당금이 급감했습니다. 역대 최대 배당금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작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보수적 자금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짠물 배당'으로 고배당 종목의 체면을 구기게 됐습니다.
메리츠 제외 배당금 모두 감소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 가운데 현재까지 2022년 결산 배당 계획을 발표한 증권사는 총 10곳입니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016360)과
미래에셋증권(006800)의 배당금은 각각 전년 대비 55.2%, 33.3% 감소한 1700원과 200원에 그쳤습니다. 주가 하락에도 시가 배당률 역시 전년 대비 2.9%p, 0.3%p가 줄었습니다.
배당은 기업이 일정기간 영업을 통해 이익이 발생한 이익 가운데 일부를 주주에게 배분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주주원 정책으로 꼽히죠. 최근 주주행동이 활발해지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증권업 전반의 실적 악화로 올해 배당금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3.1% 감소한 8459억원, 당기순이익은 47.7% 줄어든 619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삼성증권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55.8%, 56.1%가 감소한 5786억원, 4239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증시 부진으로 거래량이 줄면서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급감했고, 안전자산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운용이익도 줄었죠. 부동산 경기도 꺾인 데다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큰 증권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기업금융(IB) 실적까지 나빠졌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반면 지난해 홀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메리츠증권(008560)만 유일하게 배당금 규모를 늘렸습니다. 메리츠증권은 대출금과 신용공여 등 금융수지 수익의 증가로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5.1% 증가한 1조92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순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7.4%, 5.8% 증가한 1조8496억원과 828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중기주주 환원 정책으로 순이익 10%를 배당하겠다고 기준을 공시했으며, 이를 기준으로 주당 배당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당 신중하라"…금융 당국 눈치도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배당과 성과급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쉽사리 배당을 늘리기도 여의찮은 상황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1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PF 및 단기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및 현금배당 등에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증권사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은 원칙적으로 개별 기업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최근 단기금융시장 경색 국면에서 산업은행 등 외부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는 일부 증권사가 배당을 실시해 유동성에 부담이 발생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도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제도개선이 무조건적인 배당 확대로 작용한다기보다 기업 실질과 상황에 맞는 적정 배당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배당확대 보다는 내부유보를 통한 성장성이나 위험 대비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기업이나 수익 대비 과도한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과도한 배당이 투자자들에게 안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가배당률 역시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부국증권(001270)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해 평균 4.62%를 기록했습니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기준일에 해당 기업 주가를 배당금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수치로, 통상 주가가 내리면 시가배당률은 높아지죠. 3% 이상이면 배당주이고, 5%가 넘으면 고배당주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 수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증권사들은 배당금이 줄었지만 주주환원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기업은 회사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했는데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이(EPS)이 증가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3년간 약 6600억원 정도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3300억가량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메리츠증권 역시 자사주 취득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홍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 업황이 지난해보다 좋아지고, 연초에는 주가 반등이 나왔지만 기저영향으로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시장 반등이 세게 나와야 하는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고 시황 산업인 만큼 현재 증권주에 대한 투자를 권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배당이 목적이라면 은행·보험주 쪽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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