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2023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던지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겠다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제1야당 대표로서 민생과 개혁 과제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동시에 정국을 주도해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선거제 대신 '개헌'으로 판 흔든 이재명
이 대표는 12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그간 이 대표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취임 100일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해 당사, 당대표실 등을 잇달아 압수수색하면서 순연돼 이날 열리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수명을 다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서 책임 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년 중임제는 이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 후보 당시에도 주장했던 공약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한 측면이 있고, 지방권력은 취약하고 단임제는 취임하자마자 내리막길”이라며 “책임정치를 하려면 4년 중임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정책의 경우 연속성이 중요한데, 5년 단임제로 이어갈 경우 효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4년 중임제를 도입해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이 대표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4년 중임제를 제안하고 나선 데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 새해 벽두부터 정가를 뒤흔들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주장으로, 정국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이 대표도 자신의 소신인 4년 중임제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던져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주장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지 않고 지역주의라는 심각한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고착화시킨다”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 최대 5명까지 당선자가 나오도록 해, 다양한 정당에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돼 왔습니다. 하지만, 적은 표를 받고 당선되어 대표성이 낮아진다거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지역주의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도 있어, 지역주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게다가 국회의원 총수를 증원하지 않거나 내각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한 다당제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밀리면 끝"…정국주도권 잡기 사활 걸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인 오는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서울 등 불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보는 모양새입니다. 정권 심판론이 불더라도, 2~5위 안에 드는 방식으로 당선돼 국민의힘이 의석수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이냐는 데에는 회의적”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많은 방안이 있어서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서 심도깊은 토론을 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표의 등가성 보장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역시 개헌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라며 “다행히 올해는 선거가 없다. 개헌을 논의하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을 다시 한 번 제안드린다. 충분한 숙의를 통해 개헌안을 도출하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를,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올 3월을 목표로 자체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3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이 대표는 최근 검찰의 수사를 겨냥한 듯 “폭력적인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 재차 영수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국정을 중단해야 한다. 야당 말살 책동 또한 중단하기 바란다”며 “분열과 분노의 정치를 끝내겠다.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대통령이 지난 시기 다짐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시기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저는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 회담을 제안했다”며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 대표의 제안에 다소 부정적인 기류를 풍기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회담은 언제나 열려있다”면서도 “국회 상황이나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가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과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계획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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