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플랫폼 규제 논의, 과하다
2022-11-10 06:00:00 2022-11-10 06:00:00
과하다. 플랫폼 규제 논의 얘기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의 체감도가 워낙 전방위로 크긴 했다. 이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이후 터진 사고인 만큼, 규제 논의 자체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것이다. 다만 최근에 논의되는 내용들을 보면, 플랫폼 규제가 정조준하는 목표점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칼을 들었으면 호박이라도 찔러야 하는 걸까. 그러지는 말았으면 한다. 자칫 혁신의 싹까지 잘릴 수 있다. 
   
국회 일각에선 카카오톡에 저장된 사진이나 영상, 대화 등의 데이터를 경쟁사의 메신저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은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카카오 먹통 같은 사태로 빚어질 수 있는, 고객의 소중한 데이터 분실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리고 또 필요할까.
 
데이터센터 화재 같은 비상상황 발생시 데이터를 타사로 이동시킬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인데, 사실 카톡이 이미 먹통이 됐다면 그 상황에선 일단 데이터를 이동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평상시에 카톡에 누적된 내 데이터를 타사 메신저로 옮겨서 이중으로 보관해 놔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혹은 클라우드 같은 형태로 메신저의 각종 정보들을 상시 이중화해 보관해 놓는 방식도 가능하겠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용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중요한 사진이나 영상은 이미 자기 휴대폰에 이중으로 저장돼 있기 마련이다. 개인 정보의 민감도 또한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데이터를 옮기며 이중 보관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카톡 고객의 정보를 받아든 경쟁사의 입장은 어떨까. 신규고객 유치 가능성이 커졌다며 마냥 좋아할까. 업계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반응이 나온다. 타사 고객의 데이터까지 상시적으로 보관해야 한다니 당장 불필요한 서버 비용부터 걱정이다. 
 
플랫폼은 플랫폼이다. 대체불가능한 서비스나 공공재가 아니다.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면서 서비스의 효율성까지 가로막으면 안된다. 이는 서비스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서비스 안정성 유지에도 도움이 안된다. 기업의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일상 데이터를 여기저기에 백업하는 데 자금과 노력을 들일 게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보강하는 데 활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고객에게도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근시안적 접근을 벗어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플랫폼을 규제해선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공이 많아져서 배가 산으로 갈까가 걱정이다. 플랫폼 규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플랫폼의 어떤 부분을 규제해야 할지 좀더 명확하게 타깃을 정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플랫폼의 속성을 떠올려보면 규제해야 할 대목은 분명하다. 플랫폼은 여러가지 서비스들을 한 데 모아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소비자들이 모여 쌓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해 다양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해내는 기업 아니던가. 하나의 플랫폼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고 소비자가 부지불식간에 플랫폼에 종속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 규제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야 한다. 플랫폼 독과점 규제와 데이터센터 화재 건은 엄연히 별개다. 데이터센터 화재 건을 핑계로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내용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개입하려 하는 것은 오버다. 
 
김나볏 중기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