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차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영수회담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내홍을 정리한 뒤 여야대표 회동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여야대표 회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민생경제 위기의 시급성을 강조, 빠른 시일 내에 영수회담을 가질 것을 재차 촉구했다. 절차나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당내 권력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생 챙기기’ 행보를 보이면서 차별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동시에 민생을 놓고 대통령을 마주하는 제1야당 대표 이미지를 통해 확고한 지도자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이 대표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이 대표는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특별위원회(민생경제위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했다. 특위 위원장은 4선의 김태년 의원이, 간사는 홍성국 의원이 맡았다. 앞서 이 대표는 취임 직후 첫 지시사항으로 ‘민생경제위기대책위’ 구성을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민생'을, 강성 친이재명계 최고위원들은 '김건희 특검' 등 대여 공세를 맡는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다. 현재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3선의 박범계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윤석열정부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출범식에서 “이 자리를 통해서 윤 대통령께 우리가 여야를 떠나, 정파를 떠나, 민생을 구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새로운 과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절차와 형식은 전혀 구애받지 않겠다”며 “고통받는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 개인으로서, 일꾼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이고 해야 할 의무”라고 압박했다.
민생은 실제 악화일로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7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흑자폭은 66억2000만원이 축소되면서 2011년 5월(-79억 달러) 이후 11년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내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 적자가 유력하다. 고금리, 고물가에 무역수지를 나타내는 거시경제 지표마저 악화되면서 경제 위기는 현실이 됐다.
이 대표는 이런 위기 상황을 일일이 지적하며 “서민들 고통이 위기 상황일수록 커지는 법인데, 오히려 초대기업 감세 또는 주식 양도소득세 면제를 10억에서 100억으로 올려 대부분 면세받게 한다든지, 집 3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깎는 등 초부자 감세정책에다 지역화폐 예산과 영구임대주택 예산, 지역 일자리 예산을 계속 깎고 있다”며 “억강부약이라는 정치 초보 원리를 역행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오늘 첫 발을 내딛는 민생경제대책위가 민주당이 유능한 민생정당임을 확실하게 증명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민주당만의 자랑스러운 DNA를 다시 드러나게 힘을 모아주시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 정치의 최종적이고 유일한 목표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민생경제 위기의 시급성을 언급하며 영수회담을 촉구했지만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당대표 취임 직후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다음날인 29일 “그동안 여야 지도부 면담과 관련해선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도 30일 이진복 정무수석의 예방을 통해 이뤄진 이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대표님들과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며 조건을 달았다. 여당은 비대위 출범을 둘러싸고 이준석 대표와의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등 사실상의 지도부 공백 상태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의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마주하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현실화 가능성은 지극히 떨어졌다는 평가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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