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오른쪽)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학력·경력 위조, 뇌물성 협찬 의혹 등을 규명할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현실화까지는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민심을 확인한 민주당은 여론전으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우회했다.
민주당은 13일 국민의힘을 향해 김건희 특검을 받으라고 압박했다. 명분은 여론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김 여사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며 "특검은 윤석열정권의 도덕성 회복과 국정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여당도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특검을 당장 수용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성 친명계 최고위원들도 압박 대열에 가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여론조사도 그렇고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고, 장경태 최고위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국민께서 지켜보고 계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조정식 사무총장은 전날 추석 민심을 전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당내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법' 발의에 대해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의식,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 당대표를 제외한 지도부 모두 김건희 특검법 전선에 서게 됐다.
김건희 여사가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영상으로 추석 인사를 전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민주당이 거듭 여론을 통한 압박에 나선 것은 법안 처리를 둘러싼 흐름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법 통과를 위한 방편으로 제시됐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1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석 전 거대한 하나의 정치쇼를 한 번 펼쳐보고 싶었던 것"이라며 "저는 하겠다고 약속한 적도 없고 그 쇼의 메시지에 동의하지도 않는다"고 특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검법을 다룰 법제사법위원회 구성을 보면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김도읍 위원장 포함), 비교섭단체(조정훈 대표) 1명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재적 위원 5분의 3에 해당하는 11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비교섭단체인 조 대표 동의가 없으면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은 무위에 그치게 된다.
그렇다고 정공법인 법사위 상정을 택하기에는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의원인 까닭에 이전부터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김 위원장이 상정을 거부하면 법안 통과 자체가 요원하다. 남은 대안으로 김진표 국회의장 직권으로 특검법을 상정하는 방안도 제시되지만, 이미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로 호된 역풍을 맞은 만큼 실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인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파병 근무 중인 한빛부대(남수단), 동명부대(레바논), 청해부대(오만), 아크부대(아랍에미리트) 장병들과 화상통화에 앞서 장병들의 거수경례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설사 특검법이 본회의에서 처리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대통령은 헌법 53조 2항에 따라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을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국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서는 거부권에 맞설 힘이 없다.
결국 남은 것은 여론뿐이다. 그나마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 긍정 여론이 우세한 점은 민주당에겐 다행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SBS·넥스트리서치 조사(지난 8~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찬성' 의견이 55.0%로 과반을 넘겼고 '반대' 의견은 36.9%로 나왔다. 이보다 하루 전 공개된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지난 7~8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62.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2.4%에 그쳤다.
전반기 국회 법사위 간사로 활동했던 김영배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법사위 의원 숫자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이 아니겠느냐"며 "현재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 3분의 2 이상이 특검을 원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안규백 의원도 "다수 국민 의견이 김건희 특검을 원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 않느냐"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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