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출된 지 2주가 지났다. 이 기간 민주당은 '민생'과 '전쟁' 두 축을 중심으로 흘렀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한편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오로 '민생'을 외치는 등 내분에 휩싸인 여권과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민생을 위해서라면 초당적 협력도 하겠다고 나서는 동시에 자신을 정조준한 사정 정국에 대해서는 맞불 초강경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두 차례 검찰 고발과 '김건희 특검법', 대통령실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등 이 대표 측근이 표현한 대로 '전쟁'으로 치달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 도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77.77%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정치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희망이 사라진 원인은 바로 불평등과 양극화”라며 “어떤 이념이나 가치도 민생에 우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른 길을 간다면 정부여당의 성공에 두 팔을 걷고 돕겠다"면서도 "그러나 민생과 경제,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를 되돌리는 퇴행과 독주에는 결연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이 없자 이 대표는 다음날인 29일에도 “민생 후퇴를 막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드린다”고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대표님들과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면서 회담 대상을 여야 당대표로 넓혔다. 또 언제 끝날 지 모를 비대위 갈등을 의식, '당이 안정되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연내 회담의 가능성을 낮췄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강화하려는 이 대표의 제안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됐다. 다만, ‘민생’을 위해 제1야당 대표가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할 경우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여야 대표 회동’으로 출구도 마련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재빠르게 “형식이나 절차가 뭐가 중요한가”라며 단독회담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냈다. 이 대표 특유의 민생 우선, 실사구시 대원칙 기조를 분명히 내보인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또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와의 내홍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에도 수해피해지원법, 보이스피싱방지법 등 민생과 밀접한 22대 입법 과제를 채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의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지만 법원 제동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보란듯이 흰색 상의를 맞춰 입고, ‘원팀’을 강조하는 한편, 민생을 위한 입법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태풍 ‘힌남노’로 제주, 경북 포항 등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이 대표가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이재민에 대한 지원 등도 발빠르게 촉구했다.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민생'이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지도부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쟁”…민주당, 대통령 고발에 김건희 특검법으로 맞불
이 대표는 정부여당과 전면전도 불사했다. 다만 이 대표는 민생 챙기기에 주력, 차기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한편 강성 친이재명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당이 짊어졌다"는 지적도 일었지만, 이미 당은 이 대표가 접수한 뒤였다.
이 대표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향해 옥죄여오는 검경 압박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신, 검찰이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출석을 통보하자 의원실 보좌진이 "전쟁입니다"라고 보낸 문자 보고를 통해 이 대표의 심기가 읽혀졌다. 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을 이를 ‘정치보복',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 상실과 피선거권 박탈은 물론 434억원의 대선 선거비용 전액을 반환해야 해 위기감도 커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이 대표와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특히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허위경력 등 모든 의혹을 특검 대상에 올렸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의 '공정' 가치에도 타격을 주겠다는 심산이었다. 앞서 대통령실 및 관저의 특혜 공사 의혹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및 나토 정상회의 순방시 민간인 동행 등 김 여사와 대통령실 전반을 둘러싼 국정조사 요구서도 제출한 상태였다.
특히 현직 대통령임에도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며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초강경 기조로 맞불을 놨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증권사 직원에게 매매를 일임했다며 의혹의 부당함과 무관함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여사의 주식 주문 정황이 드러나면서 신뢰성에 의문에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허위’라며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했다. 형사소추가 제한되지만 퇴임 이후를 노리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을 경우 국민의힘이 대선 과정에서 사용한 선거비용을 전액 국고로 반환해야 한다.
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동안 이 대표는 두 차례 입장을 밝히는 것에 그쳤다. 이 대표는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다음날인 지난 2일 “아주 오랜 시간을 경찰과 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말꼬투리를 하나 잡은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검찰이 기소한 지난 8일 “권력으로 상대의 먼지를 털고 발목잡기로 반사이익 노리는 정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가 민생에만 적극적으로 임하고, 당이 윤석열정부와 전면전을 벌이는 데에는 당내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취임할 경우 당 전체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려 지지율 하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는 곧 차기 총선 필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현재로서는 차기 대선에 가장 근접한 이 대표의 이미지 추락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 대표 측 의중도 실렸다. 또 대통령 고발과 배우자 특검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데에는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에 따른 자신감의 반영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특히 60대 이상과 영남 등 전통적 지지층마저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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