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주가조작범 잡는다는데, 설마 아니죠?
2022-08-01 06:00:00 2022-08-01 06:00:00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다. 취임 몇 달 만에 이렇게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정부도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겉으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반응했지만 국민의 여론이 녹아 있는 지지율을 무시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지난 몇 달 사이 터졌던 이슈도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이나 탈북한 살인 혐의자의 북송 문제 모두 전 정부와 야당을 조준한 이슈였음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돌리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의 문제 제기가 영 옹색한 것이 조급함마저 느껴졌다. 
 
이럴 때 지지율 반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공공의 적에 대한 사정이다. 검찰이 주가조작 등 금융 관련 범죄 수사에 한창이란 뒷얘기가 흘러나온다. 
 
앞선 이슈들은 정치적 진영에 따라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지만 누가 봐도 처벌해야 할 대상인 범죄자에 대한 단죄는 모두가 환영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부가 만든 삼청교육대,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등 의도가 담긴 ‘정의구현’이 있었다. 
 
밑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두어달 전부터 검찰이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수사 범위도 상당히 넓은 모양이다. 거론되는 면면을 보면 ‘선수’ 한두 명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고구마 줄기 캐듯 꼬리를 물고 계속 엮고 있는 중이라는 전언이다. 
 
이와 같은 행보는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를 벗지 못한 퍼스트레이디를 두고 다른 주가조작을 수사한다는 조롱이 일부에서 나올 수 있겠지만, 누가 봐도 공공의 적인 주가조작범 잡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당장 나부터 환영한다. 시시때때로 튀어나와 흙탕물 만들어 수많은 개미들을 지옥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미꾸라지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런데 어째 칼끝이 향한 방향이 의심스럽다. 주가조작 범죄 혐의자들을 죽 엮으면 그 끝이 모 의원을 향한다거나, 또 다른 줄기의 끝엔 아무개 정치인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둘 다 야당 소속이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아니, 뉴스로 공론화된다면 금융범죄를 단죄한다는 정의구현의 의도가 결국 야당 탄압의 방편이었냐는 반발을 살 게 분명하다. 주가조작 범죄 수사가 정쟁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건, 검찰수사에 거론되는 상장기업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여러 선수들이 훑고 지나간 기업들이 그만큼 많은 탓이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들이다. 우리 주식시장은 긴축과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고 한참을 헤매다가 이제 좀 추스르는 형국인데 이런 시기에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주가조작에 엮여 이름이 오르내린다면 그 자체로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것 참, 아프다고 고름을 짜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사당국도 어느 선에서 정리를 할지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언제쯤 뉴스로 보도될지도 궁금하다.
 
주식시장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주가조작 수사가 모두에게 오직 환영만 받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도로 의심 살 만한 것들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공명정대하게 수사하고 처벌한 결과로 지지율이 오르길 바란다. 
 
솔직히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실개울 밑바닥 보이듯 속내가 빤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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