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세계 컨테이너선 단기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가 4주간 상승하다 소폭 내렸다.
관련 업계에선 단기 운임 지표인 SCFI 특성상 증감이 잦을 수 있고 하락폭도 낮아 ‘박스권’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쟁과 상하이 봉쇄 등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변수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20일 물류·해운업계에 따르면 SCFI는 지난달 13일 4147.83에서 이달 10일 4233.31로 4주 동안 꾸준히 오르다가 17일 4221.96으로 11.35포인트 하락했다.
배경은 많다. 해상 운임이 오르내릴 때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상하이 봉쇄·개방, 미국 서안 항만 병목 현상 등이 거론돼 왔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상선적 개혁법안에 서명했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모른다. 이 법안은 컨테이너 업체가 공간이 있어도 미국 상품 선적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태를 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플레이션 대응책이다.
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컨테이너 수요의 불확실성도 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8.6% 상승하고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대비 14%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거시경제 지표들이 발표됐다”며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화물 수요 증가세가 정점을 지나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업계는 당장 컨테이너 운임 하락폭이 크지 않고 하락세도 장기간 이어지지 않았다며 관망하고 있다.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혼잡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현재 해상운임의 경우 월별 예측이 어렵다”며 “중장기 예측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하방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저하와 상해 봉쇄가 물동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있다”며 “상승 요인은 6월부터 본격적인 성수기 시즌으로 상해 개방 후 컨테이너 운송, 미국 서안 항만 적체와 7월 노사 협상에 따른 파업 가능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선사의 단기적인 적재량 변화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어 “최근 운임이 올랐던 이유도 남미와 중동 운임 상승 때문”이라며 “전세계 선복량(적재공간)이 부족하고 정시성(선박 제시간 도착 지표)도 회복해야 해서 선사들이 선복량을 줄였는데 지금 상황을 인플레이션과 연관짓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계는 향후 ‘정상화’ 기간을 거친다 해도 해상 운임 수준이 쉽게 코로나19 이전의 저가수주 시절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서 2020년 5월 SCFI는 920.38이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선복량 부족 영향으로 운임이 치솟아 지난 1월 5109.6으로 정점을 찍고 내려온 수치가 4200대를 기록하고 있다. 미시적으로 등락이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절대적으로 높은 운임이 이어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 지수 4200대는) 누가 봐도 높아서 다들 장기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얼마나, 어디까지 떨어질 지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이어 “수많은 해운사가 파산할 정도로 살육전에 가깝게 저가 수주하던 시대의 운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며 “지금은 운임이 특이하게 높고 예전에는 특이하게 낮았는데, 물류업계는 저운임 수혜를 입었지만 해운에선 다시는 그렇게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MI도 보고서를 통해 “발틱국제해운거래소는 항만 혼잡 완화에 따라 선대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수 있어 운임 하방 압력은 증가하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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